중국 가전회사들이 노도와 같은 기세로 자국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자국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80년대초까지 전자산업이 전무하다시피했던 중국 가전회사들의
자국시장 점유율은 당연히 "0%" 수준이었다.

그후 중국은 외국회사와 합작하거나 독자적인 방법으로 컬러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생산에 들어가 현재는 일부 가전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어서고 국내외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유명상표"까지 등장할 정도
이다.

이같은 사실은 중국국가통계국 산하 북경중이강경제자문공사가 지난해
1~11월까지 35개 도시의 1백개 백화점을 대상으로 가전제품 판매상황을
조사한 결과에서 밝혀졌다.

조사기간동안 중국산 제품중 자국시장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인
제품은 냉장고.

해이 용성 미릉 신비등 중국 10개 가전회사의 냉장고시장 점유율은 93.43%
였다.

컬러TV의 경우 장홍 강가 왕패등 중국가전제품들이 기존 소니와 내셔널
LG등 외국회사에 내줬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 조사기간동안에 65.36%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다.

이들 중국 컬러TV회사는 외국에서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가격파괴 등의
방법으로 자국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이밖에 중국가전회사들은 에어컨시장에서 57.56%, 세탁기시장에서 83.15%,
전자레인지시장에서는 34.85%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다고 북경중이강경제자문
공사는 밝혔다.

이 자문공사는 구체적인 숫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기다리미시장의
절반, 전기밥솥시장의 3분의2를 중국제품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중국 자체의 조사라는 점 때문에 신뢰도는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북경중이강경제자문공사가 분석한 "자국제품의 자국시장 약진"
이유는 들어둘만하다.

이 자문공사는 자국 가전회사들이 외국 유명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광고와 판매망구축, 저가판매의 공세를 폈고 애프터서비스활동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가전제품회사들은 브랜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제품외에
새로운 제품생산에 참여하는등 "가전제품그룹"으로 변신,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넓혀 나갈수 있었다고 자문공사측은 분석했다.

또 중국가전회사들이 자국 시장에서 성공한 이유중의 하나는 중국인의
소비욕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경중이강경제자문공사측은 "상당한 기술수준을 갖고 있는 외국가전제품들
과 정면 승부를 걸기보다는 외국회사들이 간과한 부분중 중국인들이 찾는
제품을 생산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용성(냉장고회사)은 중국내 처음으로 중국인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
으로 제품을 생산했고 화일(냉장고회사)은 조작법이 간편한 제품을 선보였다.

해이는 이동이 잦은 중국인들을 위해 미니휴대용 세탁기를 시장에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 북경=김영근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