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달러의 "독야고고"시대다.

일본과 독일등 선진국 대부분의 경제부진을 비웃듯 달러가 상승가도를
독주하고 있다.

연초 1백16엔 전후로 출발한 엔화에 대한 달러가치는 17일 1백17엔을
돌파하더니 하룻만에(거래일 기준) 1백18엔, 다시 이틀만에 1백19엔 벽을
깨는 위력을 과시했다.

독일 마르크화에 대한 달러가치 역시 상승일변도다.

올들어 불과 3주만에 마르크화에 대한 달러가치는 4%나 올랐다.

22일 뉴욕시장에서는 달러화가 1.64마르크로 2년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화는 "유럽최강의 통화"라는 스위스프랑화의 타이틀까지 무색케 하고
있다.

이날 스위스프랑화에 대한 달러가치는 1.436스위스프랑으로 2년8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이런 달러독주의 최대원인이 "경제"임은 물론이다.

현재 미국을 빼면 시원스런 경제성적을 올리는 나라가 드물다.

올해부터 본격화된다던 일본경제 회복세는 기미를 찾아볼 수 없다.

도쿄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이다.

독일, 프랑스등 유럽각국은 가뜩이나 부진한 경기속에서 유럽통화통합
의무에 짓눌려 기를 못펴고 있다.

경기를 부양하자니 금융을 완화해야겠고 돈줄을 풀자니 인플레이션증가
등으로 유럽통화통합 기준을 어기게 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런 진퇴양난의 궁지에서 유럽이 오로지 매달릴수 있는게 저통화정책이다.

자국통화 가치를 끌어내려 수출경쟁력을 얻고 이를통해 경제부진의 돌파구
를 찾는게 금리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경기를 부양하는 가장 만만한 방법이다.

유럽경제의 엔진이라는 독일로서는 이런 저통화정책이 더욱 절실하다.

지난 20일에는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고위관계자가 "현재 마르크
환율, 물가, 금리등 3박자가 모두 경제성장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중앙은행이 마르크저 지속을 보증해준 셈이다.

투자자들은 앞다퉈 마르크화매각에 나섰고 달러화는 1.62마르크 후반까지
수직상승했다.

이번 달러독주 국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도 따지고 보면 "마르크저"다.

마르크화를 내다팔고 달러를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워낙 강해지다보니
전반적으로 달러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최근의 러시아 정국 불안은 마르크화 매각압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에 대한 유럽 최대 채권국이다.

옐친 대통령의 지위가 흔들리자 자연히 마르크화의 가치도 요동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제환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분데스방크가 언제까지
마르크저를 방치할까"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1.7마르크"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수입물가지수는 지난해말 전년동기대비 1.4%나 뛰었다.

아직은 물가전체의 불안요소로까지 발전되진 않았지만 마르크화가치가
1.7마르크선을 넘어서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분데스방크는 즉각 인플레 방어자세(마르크 지지)로
돌아서리란 얘기다.

그러나 독일등 유럽은 경기부진의 돌파구로 한단계 더 달러가 높아지길
바라고 있다.

미국도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강한 달러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1백10엔대 이상의 달러고를 원하지 않는다.

내달 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유럽통화에 대해서는 달러화 가치를 높이면서 엔화에 대해서는
달러고 속도를 늦추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 미국, 대일 통상압력 강화땐 엔화 상승세 반전 가능성 ***

<>.나카가와 일본흥업은행 국제자금부장=오는 3월말까지 엔.달러환율은
달러당 1백13~1백23엔 사이에서 움직일 전망이다.

이런 엔저기조를 뒤바꿀수 있는요인은 2가지다.

첫째 클린턴 대통령이 대일통상압력을 본격화하는 경우다.

둘째 유럽통화통합을 둘러싼 혼란으로 독일 마르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엔화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