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융개혁"은 미국 일본 영국등 선진국들과는 달리 이들 국가가
걸어온 금융발전과정의 전전단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겸업은행에서 전업은행으로, 전업은행에서 빅뱅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은 초보적인 제도를 갖추는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말 발표한 향후 발전계획에서 "중국
금융시장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초기 발육단계에 처해 있고 금융인들의
실력도 형편없이 부족하다"(환경과 도전부분)고 실토했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금융개혁은 제도를 갖추는데 맞춰져 있다.

중국은 선진국 금융제도를 "복사"하는데 과감하다.

95년과 96년은 중국의 금융관련제도가 쏟아진 해였다.

중앙은행법인 은행법의 제정을 시작(95년3월)으로 상업은행법 어음법
보험법 담보법이 제정됐으며 금융질서 파괴사범에 대한 처벌규정까지
만들어졌다.

물론 이들 금융관련법규는 모법이다.

현재는 시행에 필요한 세부규정을 마련하고 있고 모법이 간과한 부분의
보완작업을 벌이고 있는 수준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금융제도를 마련하는 동시에 은행의 효율화와 관리 감독
체계의 강화, 국제금융환경변화에 대비한 "세계무역기구가입"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인민은행측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체계를
갖추는 것이 금융개혁의 골자"라며 "앞으로 비금융기관에 대한 인민은행의
특별대출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고 궁극적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각 은행의 경영효율을 높이고 통화팽창을 억제하기 위해선 중앙은행의
지원을 줄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돈을 다루는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전국 주요 지역에
상업은행을 설립하는 것도 금융발전 방향의 하나이다.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을 분리하기 위해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
농업개발은행 등 국가정책금융은행을 설립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개혁이라기보다는 준비에 해당하는 것이 외환제도의 정비.

중국금융당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대비해 지난 94년 내국인화폐와
외국인화폐의 구분을 폐지, 취득한 외화를 은행에 매각하고 필요할 때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는 중국 원화를 태환화폐로 전환했다.

이는 무역외환거래의 제한이 철폐되는 IMF(국제통화기금) 8조국 이행과
WTO가입 등에 대비한 금융제도의 변화이다.

전산시스템을 갖추는 작업도 중국 금융개혁의 한 부분이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중국은 아직도 통장에 예금입출금 내역을
창구직원이 펜으로 써준다.

중국인민은행은 일본 NTT를 전산망구축업체로 선정, 선진국형 금융전산망
체제를 갖춘다는 전략이다.

인민은행측은 이러한 전산망이 중국 전역을 온라인으로 연결하고 중국내
각종 금융정보를 원활하게 유통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금융개혁노력이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중국의 은행들은 파산에 직면해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많은 대출금액이
부실 국유기업에 물려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0월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수천억달러에
달해 중국금융업계가 사실상 파산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중국사회구조상 은행의 부실채권이 현재보다 더 많아져도 파산하지 않는
것이 중국의 은행들이지만 경영부실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중국금융개혁이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법보다는 인치가 우선하는 현실도 금융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관련법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예금주의 피해를 구제할 세부규정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점도 금융개혁 전반의 실효성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하동만 주중한국대사관재경관은 "현재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은
빅뱅을 추구하는 선진국들과는 달리 자국 현실여건속에서 은행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업의 대외개방에 대비하는데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북경=김영근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