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은 조직에서 쫓겨나면 어떻게 사는가"

경영실적의 명암으로 최고경영자들도 하루 아침에 톱자리에서 내침을
당하는 일이 흔해졌다.

따라서 회장출신 정리해고자들이 과연 어떤 삶을 꾸려 나가고 있는지는
화젯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지는 금융대기업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회장자리에서
지난 93년에 밀려난 제임스 로빈슨 전회장(62)의 퇴직후 삶을 1면기사로
크게 취급했다.

로빈슨은 정상에서 내려온지 3년여만에 "홀로서기"를 선언하고 그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온 프로젝트를 착착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로빈슨의 홀로서기 테마는 2억달러규모의 투자신탁을 운용해 보자는 것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나온후 로빈슨은 몇몇 기업의 고문직등으로
소일해 왔으며 홀로서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빈슨은 투자신탁 설립을 위해 우선 종자돈이 될 2억달러규모의 수익증권
을 매입해줄 고객을 찾아야 했다.

로빈슨은 그러나 자신이 있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자금운용담당자들
에게는 절대 손을 내밀지 않았다.

대신 자신과 비슷하게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정리"된 옛 동료들에게
수익증권 매입을 요청했고 기대밖의 호응을 받았다는 것.

앞으로 이 투자신탁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내놓을지에 월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