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의 진정한 빅뱅은 이제 시작됐다"

지난 95년말 샐러먼브라더스가 주최한 세계금융회의에서 도이체방크의
만프레드 브린크 투자담당 부사장은 자시사의 경영전략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자소득의 감소로 경영수지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밝히고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세계화"와 "투자금융강화"를 제시했다.

그당시 이은행도 전세계 56개국에 활동거점을 갖고 있는 다국적기업
이었으나 채권 주식등 증권발행 실적이 미국내에서는 골드만삭스의 2% 정도
에 불과한 "안정강자"였다.

그의 연설은 회의에 참석한 많은 유럽금융인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수개월전 영국 베어링이 파산을 선언하자 "미국 메릴린치 였다면 견더냈을
것"이란 탄식과 함께 규모와 금융기법 모든 면에서 세계적 투자금융회사를
만들어야 생존할수 있다는 현실의식이 확산된 결과였다.

이후 유럽계 금융실업체들은 유럽 투자금융시장의 방어, 미국시장의 적극
공략 그리고 개도국시장의 개척등으로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스위스 뱅크코포레이션이 미국 모건스탠리를 따돌리고 영국 최대 증권회사
였던 S.G.와 버그사를 매수했으며 독일의 드레스드너방크도 클레인워트벤슨사
를 인수, 유럽 금융계의 체면을 지켰다.

도이체방크는 투자금융본부를 아예 프랑크푸르트에서 런던으로 옮기는등
이사장을 둘러싸고 미국계와 치열한 주도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유럽시장을 잠식해온 미국 금융회사들에 대한 대반격인
셈이다.

아시아지역에 활동영역을 확대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특히 유럽업계의 "아메리카 드림"은 집념에 가깝다.

월스트리트의 진출을 통해 투자금융을 분야에서 "빅리그"로 올라서는
교두보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에는 월가가 세계최대 금융시장이란 "규모"가 주는 매력 못지 않게 미국
기업들의 앞선 금융기법을 배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유럽업체들이 과거 지점등을 설치해 영업을 하는 소극적 방식에서 벗어나
미국 투자금융기업을 매수하고 전문인력을 대거 스카우트하는등 공격적인
태도로 돌변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 내셔널웨스트민스터은행의 투자금융 자회사인 내트웨스트마킷츠는
95년말 월스트리트에서 활동중인 소형 M&A 전문회사를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해는 10억달러를 투자, 미국 정부채권 거래회사인
그린위치캐피털홈딩스를 매수했다.

벌이가 좋은 M&A및 채권인 수시장에 본격 나서겠다는 뜻이다.

도이체방크도 도이체텔레콤의 민영화 주간사자리를 미국은행에 빼앗긴
울분을 만회하려는듯 맨해튼본부에 축구장 크기만한 대형 딜링룸을 개설했다.

스위스은행은 금융파생상품 전문회사인 오코너어소시에이츠를 사들이는등
유럽업체의 월가매수는 줄을 잇고 있다.

유럽업계가 월가에서 펄치는 인재확보전도 날로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과거 미국업체에서 한두명의 투자전문가를 빼내오는 소극적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팀을 통째로 데려 오기도 한다.

도이체방크가 지난 2년간 메틸린치 골드만삭스등 월가의 전문인력 4백여명
을 대거 스타우트한게 그 예이다.

스위스 UBS도 미국지점을 통해 일시에 8백50명의 전문가를 확보, 현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유럽기업들이 미국세가 주도하는 "빅리그"에 참여할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그러나 지난해 뉴욕 채권인수시장에서 UBS도이체모건 그렌펠등이 상위
10여권에 들어간 사실은 유럽업체들도 "빅 10"그룹에 낄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단 월가에 진입하면 그은행은 생존이 가능하다. 그러나 진입에 실패할
경우 상당한 고통이 따를 것이다"는 마틴 오웬 네트웨스트마킷츠회장의
얘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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