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금융대개혁에 착수한 것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우려에
기초하고 있다.

일본의 개인금융자산은 모두 1천2백조엔에 달하고 있으나 금융기관들은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고사하고 부실채권등 자체적인
문제로 인해 여타경제부문의 발목까지 잡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업계의 근본적인 수술이 없이 일본경제는 회생키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것이다.

금융업계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부실채권에서 비롯된다.

부동산가격하락과 함께 생겨난 거대한 부실채권은 금융기관의 잇단 파산을
초래해 신용질서를 위협하는 단계에까지 와있다.

지난해 3월말 결산시점을 기준으로 도시은행 장기신용은행 신탁은행등
주요 21개은행이 안고 있는 불량채권은 모두 25조6천억엔(약 1백87조원)에
달한다.

금융권전체를 합한다면 40조~60조엔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일반인 추산이며
심지어는 1백조엔을 상회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부실채권은 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쳐 21개사중 17개사가 부실채권상각의
영향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고 은행업계의 전체경상적자도 3조2천8백억엔에
이르렀다.

중소규모은행의 경우는 타격이 더 심하다.

중견지방은행인 한와은행은 지난해 11월 은행업계로서는 최초로 업무정지
명령을 받았고 이에앞서 지난 95년에는 또다른 중견지방은행인 효고은행도
파산했다.

비은행금융기관들의 상황은 은행권을 훨씬 웃돌아 파산업체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말 회사정리를 신청해 도산한 니치에이파이넌스사는 중견상장기업
이지만 1조엔에 이르는 일본최대규모의 기업파산을 기록했다.

신교토신판(부채 3천4백88억엔) 에퀴온(부채 2천9백억엔) 아이치(부채
1천8백20억엔)등도 지난해 문을 닫았다.

또 지난 95년에는 일본최대신용조합이던 기즈신용조합도 간판을 끌어내렸다.

일부금융전문가들은 "채무초과에 빠져 있으면서도 처리를 미루고 있는
기관들이 아직도 무더기로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2의 주전(주택금융전문
회사)사태 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전의 경우는 업계 전체가 사실상의 도산상태여서 일본정부가 뒷수습을
위해 6천8백50억엔의 재정자금까지 동원키도 했다.

전체 일본금융시장의 국제적인 신뢰도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엄청난 부실채권과 잇단 금융기관파산등을 계기로 일본은행들의 신용등급은
C,D 수준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고 증권시장과 외환시장도 활기를 잃어
뉴욕및 런던시장에 크게 뒤처지고 있는 형편이다.

도쿄증시에 상장돼 있던 외국기업들까지 떠나가고 있다.

이스트만 코닥 굿이어등 초우량기업들이 줄이어 도쿄증시에서 철수해 지난
91년 1백27개사에 이르렀던 상장외국기업수가 현재는 절반선에 불과한
67개사에 그치고 있다.

일본금융시장이 국제적으로 외면받고 있는 것은 최근의 금융위기란 요인
외에도 높은 인건비및 임대료등으로 영업비용도 많이 들고 금융당국의
규제도 지나치다는 구조적 문제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을 등지는 외국기업들은 한결같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을 정도다.

대장성은 이처럼 위축된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호송선단체제로
불려온 기존의 업계보호정책을 그동안에도 상당히 수정해 왔다.

예전 같으면 생각할수도 없었던 은행의 파산을 방치하는 것은 물론 업무
정지명령까지도 내렸다.

자회사설립을 통한 상호참여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수수료도 일부를
자유화했다.

일본정부가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근본적 개혁을 부르짖게 된 것은
이같은 임시방편적 조치로서는 금융업계의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 때문이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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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막이 경쟁'' 제거...경쟁촉진 필요 **

금융시스템과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의 활동 및 국민생활에 불가결한
인플라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시스템의 활성화는 금융업은 물론 일본경제 전체의 큰 과제다.

업종마다 존재했던 "칸막이경쟁"을 없애고 신규진입허용등 금융기관의
활동범위를 근본적으로 확대,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불공정거래와 정보공개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자기책임원칙을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 "일본경제심의회(총리자문기관)" 보고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