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는 17일 오후 3시(한국시간 18일 오전5시) 유엔을 21세기로
이끌어갈 제7대 사무총장에 가나 출신의 코피 A.아난 사무차장(58)을 만장
일치로 선출했다.

유엔 총회는 이날 안보리가 지난 13일 아난 사무차장을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천한 내용의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 투표없이 박수갈채로 채택했다.

아난 신임 사무총장은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총장 후임으로 선출된 직후
라잘리 이스마일 총회의장(유엔주재 말레이시아 대사), 부트로스-갈리 총장,
프란체스코 파울로 풀치 안보리의장(유엔주재 이탈리아 대사), 모하메드
베드자오이 국제사법재판소장, 페레스 데 케야르 전유엔사무총장등이 지켜
보는 가운데 총장 취임 선서를 했다.

아난 사무총장의 공식 임기는 97년 1월1일부터 2001년 12월31일까지 5년
이다.

아프리카 출신 흑인으로 최초의 유엔사무총장에 오른 그는 지난 62년부터
제네바, 카이로, 뉴욕 등지의 유엔및 산하 전문기구등에서 근무한 전문관료
출신으로 최근 수년동안 평화유지군(PKO)담당 사무차장을 역임했다.

이에 앞서 사무총장 연임에 실패한 이집트 출신의 부트로스-갈리 총장은
본회의에서 고별연설을 통해 "지난 5년간의 유엔의 역사는 열정과 환멸,
현실주의(리얼리즘)였다"고 회고하고 "세계는 일부 오랜 문제들이 해결돼
보다 안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황폐함과 죽음, 절망이 더욱 횡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엔에 잇어 명성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명성은 4개의 기둥중, 공명정대함과 형평성, 능률과 성취에 의존하고 있지만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독립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엔은 현재 재정위기를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나
이러한 위기는 관리 부실의 결과가 아니라 회원국들이 협약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신임 사무총장이 임명된 이상 의무
분담금을 체납하고 있는 회원국들은 약속한 대로 분담금을 지체없이 납부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