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 = 김영규특파원 ]

통신시장의 개방 시한인 98년 1월1일 불과 1년여 남겨놓고 유럽각국에
신규사업자가 우후죽순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통신산업의 국가독점 체제가 붕괴되면 기존의 낙후된 시장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는 현실의 반영인 셈이다.

독일에는 현재 국영 DT(도이체텔레콤)의 독점에 대응, 전력 전기 등
기간설비업체를 중심으로 20여개사가 통신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영국은 BT(브리티시텔레콤)와 머큐리 2개사만이 장거리 전화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나 내년말에는 그수가 40개사에 이를것 이라는게 현지업계의
추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국영통신업체와 신규진입자사이에 벌써부터 시장선점을
위한 ''세확대'' 경쟁이 치열하다.

민영화를 앞둔 기존 국영 통신업체들은 ''수성'', 신규사업자들은
''고객확보''를 위해 다른 국가의 기업과 제휴관계를 확대하는 등 합종연횡식
몸집키우기 작업이 한창이다.

이들 업체는 역내시장의 선점은 물론 미국 아시아등 다른 대륙의 주요
통신업체들과의 업무제휴를 통한 세계화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최대통신업체인 미국 AT&T가 이에 가세, 선두자리를 놓고
혼전양상이 보다 심해지는 분위기다.

유럽 통신업체중 단연 선두주자는 지난 80년대 민영화에 성공, 자생력을
갖고 있는 영국 BT사이다.

BT는 연초 같은 국적인 케이블 앤드 와이어리스(C&W)와의 합병에
실패했으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먹이사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그 일환으로 공익설비업체인 독일 피아그사와 제휴해 재래식
전화및 휴대폰사업을 병행 추진,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독일통신
시장에서 국영 도이체텔레콤을 위협하는 새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BT는 또 프랑스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으로 17억4,000만달러를 투자,
수도서비스업체인 제너럴 데조의 전화사업부를 인수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초 미국 2위의 장거리통신회사인 MCI를 합병, 대서양
장거리전화시장을 놓고 AT&T와의 한판 승부를 선언하는 적극성도 보이고
있다.

유럽 최대통신업체인 독일의 도이체텔레콤도 자력성장을 위한 온갖
제휴전략을 추진중이다.

도이체텔레콤은 프랑스텔레콤및 미국 3위의 장거리통신업체인 스프린트와
제휴, 설립한 "글로벌 원"을 금년초부터 가동했다.

유럽의 황금노선인 독일과 프랑스간 통신연결선의 확보는 물론 대서양
라인도 넘보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또 영국시장의 참여 방안으로 C&W가 매각을 추진중인 머큐리의 인수도
추진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스위스 4개국
국영통신업체가 공동 설립한 "유니소스"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만하다.

유니소스는 앞으로 10년내 4개국이 보유한 장거리전화등 국제통신망을
하나로 묶어 다른 메이저들의 진입을 방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AT&T와 제휴해 프랑스등 다른 지역의 진출도 검토중에 있다.

이밖에 영국 C&W는 독일 프랑스기업을 한편으로 끌어들였으며 기존의
통신업체와 베바 RWE 만네스만등 독일계, SNCF SFR등 프랑스계 신규
진출업체들의 활약도 만만치않다.

특히 독일 최대 전력회사인 RWE사의 경우 막대한 자금동원능력과
전국에 깔려있는 기간설비를 무기로 최근 C&W및 폐바와 제휴, 앞으로
독일시장의 60%이상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시장의 최대 복병은 역시 AT&T이다.

이 회사의 마리오 본자노 유럽법인사장은 최근 "AT&T는 통신장비및
컴퓨터사업을 1년이내에 폐쇄한다.

그대신 유럽 파트너인 유니소스를 합병, 연간 매출액이 10억달러에
이르는 범유럽 통신회사를 세울것이다"라고 밝혀 유럽시장에 대한 야심을
분명히했다.

유니소스측이 경영권을 포기하는데는 반대, 그 결과는 불투명하나
그의 발언은 유럽 통신업계에 상당한 파문을 던지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달 독일 철강업체인 만네스만이 설립한 통신회사의
지분 15%를 인수, 독일시장 진출의 뜻을 분명히했다.

유럽 통신시장은 앞으로 멀티미디어산업과 연계, 팩시밀리에서 홈쇼핑에
이르기까지 서비스의 영역이 점차 확장되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이다.

그만큼 세계적 통신업체간 시장 선점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결국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집을 키울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업체간 치열한 제휴경쟁을 부추기고 있는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