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자녀교육시설, 파트타임 파출부, 최신형 체력단련장, 보약제공..

요즘 미국기업들이 "인재 붙잡기"를 위해 동원하는 수단이다.

월급만 많이준다고 일꾼들이 몰려드는 시대는 지났다는 신호다.

직원들에 대한 "삶의 질"보장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인사전략으로
부상한 셈이다.

연간매출 5백만달러규모의 중소무역회사 미 일리노이트레이드사.

지난 5년동안 이직률 0%를 자랑한다.

자연히 직원 개개인이 "전문성"으로 무장됐다.

효율성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 회사의 월급이 유달리 많은 것도 아니다.

비법은 "보약"이다.

이회사는 보약이나 지압등 직원의 특별건강관리 비용을 댄다.

한달에 한번씩 무료 마사지도 제공된다.

더욱이 근무시간중 피곤하다 싶을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이회사가 내세우는 "보약의 경영학"은 이렇다.

"일리노이트레이드는 직원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 따라서 직원 한명이
바뀔때마다 손해도 엄청나다. 보약정도로 직원들을 묶어둘 수 있다면 오히려
큰 이익이다"

미국에서도 자녀의 교육문제는 큰 골칫거리다.

사립학교에 보내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고 공립학교에 등록시키자니 교육의
질이 형편없고.

아메리칸뱅커스인슈런스그룹은 바로 이점에 착안했다.

아메리칸 뱅커스는 2백40만달러를 들여 회사 앞마당에 최첨단 위성통신
학교를 세웠다.

운영비만도 매년 14만6천달러씩 들어간다.

이 회사에 다니는 부모들은 점심시간이나 방과후 틈틈히 학교에 들른다.

그만큼 자녀 교육에 관심을 더 기울일수 있다.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능력부족으로 해고되면 자녀도 학교를 옮겨야
한다.

따라서 이 좋은 교육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직원들은 더 열심히
일한다.

회사로서는 명백한 이익이다.

이 회사의 평균 이직률은 13%.

이 학교 재학생 자녀를 둔 직원들의 경우 불과 5%만이 직장을 옮긴다.

"직원 한명을 바꾸려면 한사람의 1년치 봉급이 든다. 여기에 기초해 계산해
보면 10년후에는 학교에 대한 투자비를 회수하고도 남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필립 샤키 인사부장)

노던텔레콤은 지난 91년 사내에 헬스클럽을 만들었다.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1년후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헬스클럽이 스트레스 해소와 근무능률향상에 효과를 발휘했다는 응답이
무려 91%였다.

70%는 헬스클럽 덕분에 회사의 의료비가 줄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맞벌이부부의 집안일 돕기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앤더슨컨설팅은 낮시간에 상.하수도수리공이나 전기검침요원등이 직원의
집에 방문할 경우 파출부를 대신 보내준다.

자동차 수리센터에서 차를 찾아오는 일, 새로 주문한 가구배달, 차표
사오기등도 모두 회사에서 알아서 해 준다.

윌튼 코너 패키징사는 아예 직원들의 집수리까지 맡아 처리한다.

덕분에 이 회사는 "이직자도 적고 직원들의 업무효율도 높다"(윌튼 코너
최고경영자)

펩시사의 사내 세탁소와 재테크 상담소, AT&T의 재택근무제, 제록스의
안식년제등도 모두 같은 전략이다.

이런 추세를 MIT경영대학원의 로테 베일린교수는 이렇게 정리한다.

"요즘 직장인들에게는 "일"이 인생의 제1순위가 아니다. 이제는 기업들이
재능있는 직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직장밖" 생활까지 챙겨줘야 하는
시대란 얘기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