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대통령의 재선으로 그동안 수면하에 있던 미.중간 정치 경제
외교 군사분야현안들이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양국간 첨예한 의견차를 보여오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등은
2~3년내에 결말이 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클린턴정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선거 직전에 미.중간의 갈등을 유발시킬 경우 미국 기업의 대중진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유권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클린턴정부의 중국에 대한 입지가 천양지차로 달라졌다.

재선에 성공한 클린턴정부는 앞으로 미.중간에 잠복해 있던 중국의
WTO가입문제와 인권문제 무기수출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선 클린턴대통령 자신이 중국을 방문해 각종 현안을
풀어나갈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도 미국과의 정치 경제 외교분야의 현안을 더 이상 덮어둘수
없다는 입장이다.

푸는 방식과 목표가 다를뿐 "해묵은 현안을 풀어야 한다"는데는 미국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중국 고위층 내부에선 최대 과제인 경제건설과 등소평사후 중국지도체제의
강화를 위해선 미우나 고우나 미국과 첨예한 쟁점들을 논의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클리턴의 재선으로 미.중 양국은 어떤 형태로든 "갈등과 협력의 틀"을
다시 짜 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통상마찰과 군사적 긴장상태가 불가피하고 한국 일본등
주변국 정치 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양국 갈등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어떤 경우에도 파국까지는 가지 않은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국과 중국은 "끝"을 볼 경우 양국 모두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세계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외교소식통들은 "양국이 지금까지 민감한 사안의 논의 자체를
기피했던 것과는 달리 다소의 부담을 안고서라도 양국의 정치 경제
군사분야 현안들을 논의해 나갈것"으로 전망했다.

클린턴 미대통령의 재선을 계기로 미.중간의 정치 경제문제를 진단해
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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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 = 김영근특파원 ]

<< 경제통상현안 >>

미국 국민의 재신임을 얻은 클린턴정부가 앞으로 중국을 상대로 제기할
문제는 대중무역적자문제와 시장개방문제 지적재산권보호문제 반덤핑문제
WTO가입 문제등이다.

이중 미국이 당장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이는 사안은 대중무역적자.

미국은 "양국간 무역적자폭이 너무 커 정상적인 무역관계발전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은 "지난 94년과 95년 두 해의 미국의 대중무역적자가 76억달러와
86억달러"라고 밝히고 있으나 미국은 이보다 훨씬 큰 각각 294억달러(94년)
와 388억달러(95년)로 발표하고 있다.

이런 양국간 무역통계의 차이는 홍콩을 통한 중국산제품의 대미수출을
통계로 잡느냐(미국), 안잡느냐(중국)에서 발생한 것이다.

현재 양국은 객관적인 무역통계 작성을 위한 전문가협의를 진행중이다.

이 결과가 나오는대로 미국과 중국은 무역수지불균형시정을 두고 일대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불균형문제와 함께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볼멘소리를 하는 분야는
시장접근문제(market access)이다.

미국은 지난 90년 자국의 통계기준으로 대중무역적자가 100억달러를
넘어서자 문제를 제기, 92년 "미.중간 시장접근에 관한 의정서"를 체결했다.

이 의정서는 중국이 97년까지 수입제도법규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수입허가제와 쿼터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점에 관해서 미국은 미상품 수입확대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평가하고 있으나 밀 감귤류등 농산물에 대한 수입제한은 여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현재 중국을 미통상법 301조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경우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클린턴정부가 적극적인 해법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또다른 분야는
지적재산권보호문제이다.

미국은 두차례의 지적재산권협상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노력이 미흡하다고
판단, 자국이 설정한 목표에 이르지 못할 경우 무역보복을 가한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이런 미국의 강경입장에 대해서 심국방 중국외교부대변인은 "지적재산권
보호는 중국의 기본 국가정책이며 향후 실효를 거둘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나갈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측은 무역보복위협및 지적재산권 협정에 근거한 모니터링 장치를
통해 미상품보호및 대중시장진출 노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반덤핑문제도 통상마찰의 불씨로 남아있다.

현재 중국산 대미수출품에 대한 반덤핑제소건은 57건이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중국은 이같은 미국측의 조치에 불만을 토로하고 내부적으로 법규제정과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대해 미국은 중국을 비시장경제로 규정,향후 미.중간 통상현안의
의제로 다룬다는 확고한 방침이다.

<< 갈등과 협력 >>


자신감을 얻은 클린턴정부가 중국시장을 통해 미국경제의 경쟁력을 제고
(경제제일주의)하려들 때 미.중간 관계에는 수시로 "먹구름"이 낄것이다.

그러나 양국간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을 보이면서도 협력
또한 소홀히 할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분야의 경우 양국은 과거 냉전체제하의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없어진 지금 여전히 국제정치무대에서 상대방의 비중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 걸프전과 보스니아내전 소말리아사태 등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도 국가 최대 목표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주변국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동북아지역 안정의 지렛대인 미국과의
정치적 협력을 중요시하고 있다.

경제분야의 협력도 피할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연간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자국의 경제활성화와 무역수지를 개선해야 하는 입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은 중국을 포기할수 없다는 말이다.

중국도 미국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경제건설을 위해 미국의 자본과 기술이 절실하며 "안정속에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세계 정치경제를 리드하는 미국과 대립하기
보다는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전망 >>

클린턴 미정부와 등소평사후 체제공고화에 신경을 쓰고 있는 중국당국은
통상현안을 두고 최악의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나 대만문제와 인권
문제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게
국제정치분석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양측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자국의 국민과 정치집단(중국의 경우
군부의 대미강경론자)을 의식해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재선에 성공한 클린턴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크게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중국이 국제사회의 게임룰을 따르도록 압력을 가하고 그
과정에서 양보를 받아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해 나갈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만문제 인권문제 무기수출과 같은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 대신 대중통상현안을 풀어나가는데는 적극성을
띨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도 미국과의 극단적인 경쟁을 피하면서 자국의 최대 목표인
경제건설을 추진, 주변국과의 안정을 유지하고 미국으로부터 지속적인
경제적 지원을 받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주중한국대사관 배재현과장은 "미.중 양국은 현안문제의 해결과정에서
관계악화의 한계점 직전까지 간후 서로 타협하는데 익숙해져 있다"고
전제하고 "재선에 성공한 클린턴정부와 중국당국이 통산관계등에서
과거보다는 다른 곡절을 겪게 될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