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 이봉구특파원 ]

제2하시모토내각이 정식으로 출범했다.

그동안 연립내각을 유지해오던 사민당과 사키가케가 정책에는 협력하지만
내각에는 참여치 않는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자민당단독으로 구성된
내각이다.

자민당이 지난달 실시된 중의원선거에서 전체 500석중 239석을 차지하는
전과를 올렸다고는 하나 결국 과반수를 채우지 못하고 소수여당이라는
약점을 지니고 출발하는 결과가 됐다.

사민당 민주당등과의 정책협의가 순탄치 못할 경우 정책시행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불안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자민당단독정권이 꼭 부정적인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3당이 합의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했던 연립내각과는 달리
정권자체내에서는 아무런 걸림돌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연립내각시대에는 자민당이 지주회사부활허용등 굵직굵직한 정책을
결정했음에도 사민당의 반대에 부딪쳐 제대로 입안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더구나 하시모토총리와 자민당은 지난 중의원선거에서 의 승리를 계기로
자신감을 크게 회복하고 있다.

신내각은 제1하시모토내각시대에 비해 자민당의 색채가 더욱 짙게
배어나올 것이란 이야기다.

경제계도 전내각에 비해서는 신내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중의원선거가 끝나자마자 경제계지도자들이 자민당에 이니셔티브를 쥘
것을 요구해온 점에서도 이같은 기대는 잘 나타난다.

우시오 지로 경제동우회대표간사는 신내각발족에 앞서 "가능하면 자민당단
독정권을 구성해달라"고 요구했고 이나바 고사쿠 일본상공회의소회장도
"사민당등과의 협력은 정책실행을 위한 것에만 국한해 달라"고 제언하고
있다.

신내각의 과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적인 것은 역시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경기를 회복시키는 문제와 행정개혁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하느냐로 축약할 수있다.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역시 "신내각은 경제회복 행정개혁 규제완화및
복지확충등을 정책목표로 실현시켜 나갈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기문제와 관련,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은 추가경정예산편성문제다.

자민당은 선거기간중 "5조엔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공언하는 한편 재정적자해소를 위한 재정개혁 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추경예산편성은 재정지출을 동반하기 때문에 두가지가 병존키는 힘든
사안이지만 유권자를 잡기 위한 비상수단이었다.

지난해말 현재 일본의 국채발행잔고는 모두 241조엔에 달해
선진국중에서도 최고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중 약4분의1인 68조엔이
최근 5년간에 집중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있다.

일본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할 만큼은 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80년대말의 버블경기가 붕괴되면서 침체국면으로 접어든
일본경제는 정부의 공공투자확대등 잇단 부양조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기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엔저국면등에 힘입어 기업수익이 소폭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도 본격회복과는 거리가 먼 상태다.

기업이나 국민들사이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간절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자민당의 이중공약은 이같은 상황에서 두마리토끼를 잡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추경예산편성은 대장성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다 재정확대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의 공약인만큼 일단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4월부터의 소비세율인상(3%에서 5%로)이 자민당의 선거승리로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에 신내각으로서는 소비세인상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붙잡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도 추경예산은 필요하다고 할 수있다.

다만 재정적자축소공약을 의식해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을 건전하게
가져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일본기업들이 누리고 있는 최대의 메리트라고 할 수있는 초저금리는
당분간 그대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쓰시타 야스오 일본은행총재는 최근의 기자회견에서 "민간수요를 축으로
한 자율경기회복을 돕기 위해서는 현재의 금리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정부가 취해온 경기부양을 위한 공공투자가 올해로 대부분
끝났기 때문에 금리로라도 기업들의 체력을 뒷받침해주겠다는 이야기다.

난제인 행정개혁작업도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진전돼갈 전망이다.

하시모토총리는 가토 고이치(가등굉일)간사장및 재계관계자들에게
"불덩어리가 돼서라도 행정개혁을 단행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그는 이를위해 행정개혁을 담당하는 총리직속기관을 두기로 이미 결정해
놓은 상태다.

이기관은 관료및 기업가등 30~40명으로 구성되는 사무국을 두고
중앙정부재편및 총리관저의 기능강화를 위한 구체적 작업을 진행케 된다.

이기구는 행정개혁위원회 지방분권추진위원회 중앙은행연구회 규제완화
소위원회등도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

자민당은 22개부서인 정부조직을 장기적으로 14개로 줄이겠다는
하시모토비전 을 이미 발표해놓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최대의 관심사는 역시 공룡조직인 대장성을 어떻게
개편할 것이냐 하는 것으로 전체행정개혁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관련, 사민당은 금융검사및 감독부문을 대장성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법규를 금년중에라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자민당의 가토 고이치간사장은 "중앙정부개편작업의 일환으로
취급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1년간 자세히 검토할 수있는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문제는 일은법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중앙은행연구회가 이달중
내놓을 보고서와 함께 금융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큰 관심사는 독점금지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지주회사를
부활시키는 문제.

지주회사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그룹전체의 경영을 좌우하는
회사로 경제계는 기업합병및 분사화등을 원활히 추진하는등 효율적인
기업운영을 위해 제한조치를 해제해 줄 것을 적극 촉구해왔다.

경제계와 정치자금등으로 끊을래야 끊을 수없는 상부상조관계를 맺고
있는 자민당은 기본적으로 이같은 재계의 입장에 동조해왔지만
3당연립체제에서는 자민당이 대기업만 편든다 는 사민당의 반발에 밀려
현실화시키지 못하는 곡절을 겪어왔다.

그러나 내부반발의 염려가 거의 없어진 자민당단독정권에서는 대폭적인
규제완화조치의 일환으로 경제계에 선물로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주회사부활이 실현되면 일본재계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선풍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