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박영배특파원 ]

미국선거가 끝난뒤 워싱턴정가의 가장 큰 관심은 의회가 클린턴행정부에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이냐 하는 점이다.

공화당이 또 다시 의회를 장악하게 됨으로써 클린턴행정부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105회기부터 수많은 대외통상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클린턴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공화당 주도하의 의회에서 지난 2년간 번번히 당해온 터여서 그 부담을
더 느끼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통상관계자들은 행정부와 의회와의 관계가 대외통상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그리 껄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역강경론자들인 상원의 보커스나 하원의 찰스 랭걸 등이 재당선돼 찬
바람이 불고 있긴 하지만 대외통상에 있어서 만큼은 국가이익이라는
대명제가 깔려 있어 결국 합일점을 찾아 간다는 것이다.

대외통상과 관련, 클린턴행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서두르는 법안으로는
신속승인협상권한(FAST-TRACK)이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패스트 트랙은 지난 104회기 중에 최대의 통상이슈로 대두돼 클린턴
행정부와 공화당이 첨예하게 대립했었다.

클린턴의 민주당은 무역과 환경, 노동 등의 비무역부문을 연계시키자는
것이고 공화당은 이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입장에 섰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당장 FTAA(범미주자유무역지대)를 추진해야 하고
칠레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가입을 서둘러야 할 형편이어서 패스트
트랙의 의회통과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도 이 법안에 달려있다.

그런데 이 법안은 공화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사안별로 조건을 붙여
통과시킬 가능성도 높다.

또 하나 현안은 OECD조선협정 이행법안이다.

지난 94년 12월에 체결된 OECD조선협정은 세계조선시장에서 왜곡된
조선보조금관행을 없애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협정은 미국 등에서 시행하는 신규보조금지급을 금지하고 있어 미
조선업계와 의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의회는 내년중 선박건조에 대한 정부의 대출보증기간을 98년말까지
연장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곧 OECD협정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을 비롯한 일본 EU 노르웨이 등 많은 체약국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여러차례 제기됐던 상무부 폐지법안도 관심사이다.

공화당의원들에 의해 제기된 상무부폐지론은 브라운 상무장관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이후 열기가 식었으나, 공화당이 의회를 다시 장악함으로써
이 문제는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될 전망이다.

효율적인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행정부가 정부예산 적자를 줄이고
무역관련 업무의 중복을 피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상무부의 폐지를
서둘러야 한다는게 공화당의 논리이다.

또 하나는 중국관련 법안이다.

미.중관계는 정치적인 역학관계까지 겹쳐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의 WTO가입조건을 검토하는 법안, 중국에 대해 반영구적인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는 법안 등이 있다.

이외에 길먼의원 등이 제안한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업체가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품의 수입금지법안도 쟁점법안이다.

미성년자 노동법안도 주목해야 할 법안이다.

외국의 미성년 노동문제를 다루기 위한 여러 법안이 하원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들은 미성년노동에 의해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수입
업자가 수입상품에 미성년노동이 투입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또 수입상품에 "미성년 노동상품이 아님"을 부착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제품의 원산지를 강화하는 원산지 규정법안이나 섬유법안,
민주당 지도자인 게파트의원이 제안한 시장개방 및 공정무역법안 등이
의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법안은 우리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미국에 유리한 법안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할 시점인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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