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박영배특파원 ]

얼마전 뉴욕타임스는 도대체 보브 돌후보는 국민이 무얼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이 원하는건 사회보장, 의료보험, 실업난 해소, 경제적인 이익,
미래의 비전 등인데 이를 도외시한채 클린턴의 비도덕성만 공격하고 있는
밥 돌이 한심하게 보인 것이다.

사실 이번 미국의 대선은 미래와 과거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린턴은 유세 때마다 21세기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호언했다.

미래를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반면 보브 돌은 과거의 가치관과 도덕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금 15% 감면을 들고 나왔지만 그 실현성에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이었다.

올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미국민들의 바뀌어진 의식이 그대로 반영됐다.

도덕성보다는 미국이 나아갈 지표를 제시하는 지도자를 택했다.

과거 냉전시대의 레이건이나 부시때까지만 해도 외교나 군사적으로 강한
미국을 국민들은 원했다.

또 카리스마를 지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들에게 얼만큼의 파이가 돌아오느냐에 국민들의
관심축이 이동해 있다.

클린턴의 승인은 바로 국민들의 의식을 꿰뚫어봤다는 점이다.

클린턴의 초반 집권 2년은 매우 진보적이었다.

동성연애자의 군입대금지조항을 폐지한다든지, 전국민의 의료보험혜택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뒤 집권 후반은 중도노선으로 돌아서
중간에 서 있는 보수파들을 흡수했다.

또 공화당의 정책도 좋은 점은 인용해 썼다.

웰 페어축소, 이민제한, 총기휴대제한, 경찰관수의 증가, 사형제도의
확대 등이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반면 보브 돌은 의회생활 30년동안 정직과 성실을 모토로 살아왔고 인간
관계는 타의 모범이 됐다.

그런 그가 선거 막판에 인신공격으로 민심을 잡으려 한게 잘못이었다.

이런 전략이 미국사람들에게 전혀 어필하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자신과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과 좋은 환경을 마련하면서
밝은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했다.

바로 이점에서 보브 돌은 완패했다.

클린턴은 자신의 당선이 확정된 뒤 아칸소의 리틀록에서 가진 승리
연설에서 <21세기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겠다>고 재차 다짐하면서 자신이
제시했던 정강정책들을 확인했다.

과연 이런 약속들이 얼마나 지켜질지 그 평가는 4년후에나 나올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