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의 민간은행인 도이체방크(독일은행)가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변신폭이 너무커 일각에선 도박에 가까운 모험이라고 보기까지 한다.

지난 126년 동안 변화를 거부하다시피 해온 터여서 더욱 그러하다.

도이체방크의 변신폭에는 독일내 일반 금융업에서부터 주식인수및
거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포함된다.

이중에서도 특히 주식인수및 주식거래중개부문이 강화되고 있다.

국내외 기업매수합병중개에 적극 참여하여 세계적인 투자은행
(Investment bank)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도이체방크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에 대한 대출사업만으로 어렵잖게
성장해왔다.

독일내 기업대출은행(Hausbank)의 안일한 자리에 만족했을 뿐이다.

지난해 도이체방크의 유럽내 주식공개(IPO)중개실적은 미국의 모건
스탠리투자은행과 메릴린치증권에 이어 11위에 머물렀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위한 도이체방크의 개혁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먼저 지난 89년 영국의 모건 그렌펠을 인수합병해 설립한 도이치
모건 그렌펠(DMG)투자은행에 기존의 주식인수및 주식거래중개부문을
통합했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현재 DMG는 이 분야에서 왕성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도이치 텔레컴이 부분적인 민영화의 일환으로 100억달러어치의 주식을
매각할때 DMG는 주식인수및 거래중개은행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 프랑스텔레컴 주식매각을 검토하고있는 프랑스 재무부에도 자문을
해주고 있다.

또 DMG는 프랑스 최대 규모의 적대적 기업매수합병(M&A)사례였던
아우찬사의 독스 데 프랑스사 매수를 중개하기도 했다.

도이체방크의 해외금융업활동도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다.

태국에서는 두개의 정유공장건설비를 알선해주는 소위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제공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30억달러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에 자본참여했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인스턴트 면 제조업체인 튕귀사의 신규주식
158만달러어치를 상장시켜 주었다.

이밖에도 앞으로 12개월에 걸쳐 해외 정보통신 미디어 금융 광산업등에서
기업주식을 인수및 거래중개할 계획이다.

독일내에서는 금융서비스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보험회사인 아리안츠사를
인수했다.

도이체방크의 변신은 무모할 정도로 저돌적인게 특징이다.

유럽과 아시아지역에서 인력확보와 첨단금융거래시설및 거래기법도입을
위해 도이체방크가 쏟아붓는 비용은 엄청나다.

올 연말까지 지난해 거둬들인 14억달러의 순익중 절반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독일내에서의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노력으로
뒷받침된다.

도이체방크는 올해말까지 5만2,000명의 직원중 20%가량을 떨어내며
독일내 우수18개지점중 9개를 폐쇄할 예정이다.

하지만 도이체방크는 과감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독일 3대 은행중
가장 비효율적인 은행이란 불명예를 동시에 얻고 있다.

자본투자수익률은 9%로 미국은행들의 평균자본투자수익률인 20%를
훨씬 밑돈다.

도이체방크는 투자에 비해 실속이 없다고 경쟁은행들은 비아냥거린다.

은행내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힐마 코퍼 도이체방크은행장은 누가 뭐라해도 이런 방식의
거듭나기가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유럽연합(EU)내 은행수가 총9,500개에 달하는데다 이중 40%가 독일계
은행이어서 이들과 파이를 나눠먹다 보니 이윤도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결국 도이체방크가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파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 김홍열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