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러시아로"

세계적인 통신업자들이 앞다투어 러시아로 진출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통신산업 부문에서 최고의 성장속도를 자랑하는 이머징
마켓으로 꼽힌다.

지난 93년 1,000여선에 불과했던 러시아의 국제전화 회선은 현재
4만5,000회선으로 증설됐다.

외국 자본이 활발히 진출함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휴대전화 이용도 급증했다.

특히 자본주의를 만끽하면서 떼돈을 번 벼락부자들 사이에서는 휴대전화가
신분을 나타내는 필수 장식품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이같은 휴대전화의 인기에 힘입어 현재 10만명을 돌파한 가입자수는 오는
99년께는 120만명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러시아에는 전화서비스를 갈망하는 1억5,000만명의 잠재소비자까지
넘쳐 통신업자들에게 "황금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따라서 도이체 텔레콤, 프랑스 텔레콤, 미 US웨스트 등 세계적 통신회사
들이 러시아에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러시아 정부 역시 외국 통신업자들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통신 당국은 러시아의 통신시장을 독식해온 로스텔레콤과 경쟁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된 제2통신사업자 스비야친베스트사의 주식을 외국 투자가들에게
공개, 외자를 더 많이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로스텔레콤은 현재 러시아의 국제및 장거리 전화망을 독점적으로 운영,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 회사의 94년도 세전수익은 2억400만달러, 매출은 5억5,300만달러였다.

지난해에는 세전수익이 3억5,700만달러로 대폭 늘었다.

하지만 구미의 투자가들은 러시아의 환상적인 통신사업 수익률에 탐을
내면서도 제2통신업체 지분 매입에 선뜻 달려들지 못하고 있다.

금융및 경영상의 불확실성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로스텔레콤이 새 경쟁상대가 뻗어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겠느냐는
의문도 외국 투자가들을 가로막고 있다.

실제로 스비야친베스트사는 국제전화 서비스를 실시할 경우 로스텔레콤측의
회선에 의존해야 한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의 25% 지분 인수를 추진하던 이탈리아의 스테트사가 계획을
포기했던 것은 이같은 영업상의 난관을 걱정했기 때문.

그렇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스테트사가 올연말께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도이체텔레콤 AT&T등의 거대 경쟁업체들이 지분매입에 끼여들 기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투자를 제대로 유치하려면 제2통신의
비전을 명확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스비야친베스트사를 러시아 통신산업을 키우기 위한 외자유치 창구로
취급할 것인지, 아니면 실제적 러시아의 통신사업자로 키울 것인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이 지분매입건에 관계없이 세계 통신업자들의 러시아행 발걸음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시장 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마당에 인구 100명당 전화회선이 17개에
불과한 러시아의 열악한 통신기반은 세계 거대 통신업자들이 그대로
내버려둘 "먹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