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간판기업 올리베티가 연이은 구설수로 침몰위기에 몰렸다.

이탈리아 검찰은 16일 올리베티의 분식회계 혐의를 포착하고 프란시스코
카이오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올리베티의 재기를 꿈꾸며 카이오가 CEO자리에 새로 오른지 불과 열흘만의
일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밀라노 증시에서는 올리베티 주가가 다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개장초부터 수직낙하하기 시작한 올리베티 주가는 순식간에 10%나 폭락
하면서 주당 5백15리라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올리베티 주가는 지난주 이미 25%나 떨어진 터였다.

이렇게 되자 밀라노 증권당국은 오후장에는 아예 거래를 중지시켰다.

더 이상의 폭락을 막기위한 조치였다.

잘 나가던 정보시스템 업체 올리베티가 기우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

유럽의 경기침체가 원인이었다.

지난 78년부터 올리베티호를 이끌어왔던 카를로 드 베네데티 전회장은
공격적인 경영과 5번에 걸친 리스트럭처링을 단행하면서 재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올리베티의 수익은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올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4천4백2억리라(2억8천9백만달러)까지 급락했다.

지난 3일 베네데티회장은 적자의 책임을 지고 18년만에 올리베티를 떠났다.

그 뒤를 이은 카이오 CEO는 지난주 상원 청문회에 출석, 적절한 사업
파트너를 찾아 사업을 다시 일으켜 보겠다며 기염을 토했었다.

그러나 카이오는 출범 열흘만에 암초를 만난 것.

거듭되는 좌초로 상처투성이가 된 올리베티호 앞에 재기의 길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