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방공시설에 대한 크루주 미사일 공격은 국제시장을 강타,
유류와 달러화 가격이 폭등하는 등 혼란이 일었다.

이라크의 쿠르드지역 반군거점에 대한 침공으로 빚어진 이번 사태는 특히
유가를 자극, 미 국방부의 공습발표후 수분만에 도쿄시장에서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10월 인도물이 배럴당 27센트 급등한 23.75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도 WTI선물가격은 24달러에 거래돼 지난 4월이후 최고치
로 치솟았다.

또 싱가포르시장에서는 브렌트유 10월 인도분이 런던시장 마감가격(배럴당
21.99달러)보다 무려 1.51달러 오른 23.50달러를 기록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이라크원유수출에 대한 기대가 무산되고 중동정세가 악화
일로에 치닫자 원유의 공급차질을 우려한 거래자들이 폭발적인 매수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석유분석가들은 유엔이 이라크에 대해 수출연기 조치를 지속할 경우 세계
평균 유가가 앞으로 21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들어 원유평균가격은 지난해보다 이미 2달러 오른 19달러선에 도달해
있다.

앞으로 유가가 계속 상승할 경우 4.4분기중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추가 수출소득은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가들이 전망했다.

미국의 이라크공격으로 국제외환시장도 크게 동요, 미 달러에 대한 "사자"
주문이 몰리면서 달러가치가 급등세를 보였다.

3일 도쿄외환시장에서는 일본엔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달러당 1백9.33엔
을 기록, 전일대비 0.25엔이 뛰어 올랐다.

이날 달러시세는 1개월반만의 최고치이다.

도쿄외환시장의 딜러들은 국제적으로 군사적긴장이 감돌때에는 이른바
"안전화폐"로 인식돼 온 달러화 매입수요가 강하게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
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환시에서는 미국에서 금리인상조짐이 보이고 있고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기 걸프만에서 미국의 군사공격으로 앞으로 폭등세를 보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치고 있다.

홍콩증시에서는 걸프사태가 악재로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홍콩의 항셍주가지수는 1백49.39포인트나 떨어진 10,957로 마감됐다.

증시거래인들은 미국의 이라크공격소식이 나오자 제2의 걸프전사태를 우려
한 기관투자가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세로 돌변했다고 전했다.

한 시장관계자는 이라크의 쿠르드족 거점 점령후 그동안 매입세가 위축돼
온데다 미국의 미사일공격소식을 신호탄으로 팔자주문이 터지는 바람에 주가
하락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이라크가 철군명령을 이미 내려놓은 상태이고 미국의
보복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사태는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고
이에따라 유가도 단기급등에 그칠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의 중동정세는 미국의 대이란과 리비아제재 선포,
사우디아라비아내의 미군기지에 대한 폭탄테러, 이스라엘에 강성내각 등장
등 중동평화를 위협하는 복합적인 불안요인이 상존, 유가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이라크 공격에 앞서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2일 이라크가 쿠르드지역을
침략한데 대해 군사 및 경제보복조치를 취할 것을 승인하고 크루즈미사일을
탑재한 B-52폭격기편대를 괌에서 중동지역으로 급파했다.

미정부는 보복조치로 이라크영내의 단일 목표물에 대해 제한적인 폭격을
감행할 것임을 경고하고 이라크내 미국인들을 서둘러 철수시켰다.

미국은 이라크군이 철군명령과 상관없이 쿠르드족 진영 깊숙히 진격중
이라고 비난하고 걸프전쟁의 승자로서 이번 사태에 군사행동을 포함한 정치
외교 경제적인 정책을 총동원, 이라크제재에 나설 것임을 거듭 다짐해 왔다.

특히 대통령 선거유세에 본격 돌입한 클린턴대통령은 강한 지도자상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도 강경대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앞서 전망했다.

< 양홍모.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