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보험조합인 로이드가 기사회생의 돌파구를 찾았다.

막대한 보험손실로 파산위기에 놓여 있는 로이드는 지난 6월 경영재건계획
을 마련해 회원들의 승인절차를 기다리고 있으나 미국에서 일부회원들과
법정소송에 휘말려 진통을 겪어 왔다.

그러나 미연방항고법원이 27일 로이드 미국 회원들이 영국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재건계획의 유예청구를 기각, 1심으로 되돌려 보냈다.

로이드측으로는 재건계획의 최대 걸림돌을 제거한 셈이다.

1심을 맡은 미버지니아주 지방법원은 지난주말 로이드의 재건계획에 미
증권거래법에 위반되는 부분이 있어 회원들이 재건계획을 승인하기전에
2개동안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유예기간중에 미국내 로이드회원들은 재건계획의 합법성 유무를 자세하게
검토한뒤 법적 해결이 필요한 부문에 대해서는 미국법원에 재판을 의뢰할 수
있다는 판결이었다.

이같은 1심의 결정을 항고법원이 곧바로 뒤집은 것이다.

항고법원 재판부는2천7백여명의 미국 로이드회원들이 당초 보험계약을 맺을
당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영국법정에서 다룬다는 것을 명시한 약관에 서명한
점을 들어 분쟁의 준거법규가 미국법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로이드가 미국에서 회원들을 모집할 때 미증권거래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계약자체가 원인무효라는 소송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미법규의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따라 로이드는 처음 일정대로 재건계획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재건과정에서 다시 회원들과 법정 분쟁에 휩싸이더라도 재판관할권이 영국
법원에 있어 유리한 입장이다.

영국법원이 재판권을 가질 경우 소송비용이 비싼데다 승소가능성도 없어
일부 회원들이 재건계획에 불만을 품더라도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로이드 본사측은 판단하고 있다.

로이드 재건계획의 핵심은 지난 88년부터 92년까지 발생한 1백24억달러의
손실중 48억달러를 전세계 3만4천여 회원들에게 전가한다는 것.

로이드는 3백8년전에 선박업자들이 서로의 재난을 상호부조하기 위해
만들은 조직이다.

개별회원들이 보험을 인수하고 무한책임을 진다.

조합이 이익을 낼 경우개별회원들은 배당을 얻게 되지만 반대로 손실이
발생하면 이에대해 공동부담해야 한다.

이같은 공제조합성격의 로이드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진 이유는 80년대
후반부터 대형재난이 잇따라 발생한데다 보험환경이 급변한 때문이다.

88년과 89년에 대형유조선의 원유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을 때
로이드는 파손선박과 유출된 원유에 대한 보험금 뿐만 아니라 이에따른
환경오염에 대한 배상책임도 져 천문한적인 보험금을 지불했다.

여기에다 지급능력을 잃은 회원들이 파산을 선언하고 무더기로 조합을
탈퇴함에 따라 로이드의 누적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최근에는 조합전체의
보험지급능력까지 의심받게 됐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로이드가 골육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
바로 재건계획이다.

그런데 미국의 회원들이 조합 지도위원들의 경영미숙으로 손해를 보고서는
이를 전체회원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킨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미증권관리위원회(SEC)가 로이드의 특이한 조합형태와 약관을 무시
하고 "잘못된 계약으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경우 법적으로 이를 보상
받을 수 있다"고 최근 선언, 로이드 회원들에게 소송을 부추겼다.

만약 미연방항소법원에서 이번에 소송인들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면 미국내
2천7백여 로이드회원들은 손실부담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고 조합을 탈퇴할
수 있었다.

또 미국의 증권관련법규가 국제보험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놓고 미국과 영국이 심각한 대립을 벌였을게 분명하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