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가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고급차의 대명사''라는 이미지만으로는 21세기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벤츠이 고객층은 ''50대''로 묶여있다.

성장세가 뚜렷이 둔화되고 있는 고급차 시장만으로는 기업경영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벤츠가 변신 제1호로 내놓은 제품이 "메르세데스 SLK"다.

대당 가격은 4만달러(유럽기준).

고객층을 부유한 40대까지 끌어내리려는 시도다.

벤츠로서는 10년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제품이다.

그러나 이정도는 시작일 뿐이다.

벤츠는 더 큰 변신을 계획하고 있다.

품질은 벤츠의 기존 제품수준이면서 험한 길이나 시내 한복판을
모두 최상의 안정성으로 달릴수 있는 다목적 레저차.

이런 차를 무기로 "전세계 지구인"을 모두 벤츠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는게
벤츠의 야심이다.

벤츠의 단기계획은 "5년이내 매출 배증.연간 120만대 판매"다.

벤츠는 내년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벤츠 사상 첫소형 자동차인
A클래스 모델을 내놓는다.

길이 3.6m에 2만달러(독일기준)짜리 저가제품이다.

그 이듬해인 98년에 선보일 "스마트카"는 훨씬 더 작아진다.

스위스시계회사 스워치와 합작으로 만들 이 모델은 길이 2.5m에
대당 1만달러짜리 초소형 자동차.이밖에도 벤츠의 신형 모델은 줄이어
나온다.

독일 언론들에 따르면 벤츠는 오는 2008년까지 총 30개의 신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모델 사태"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델의 다양화와 함께 생산기지 국제화도 추진된다.

벤츠는 앞으로 1~2년안에 "유럽-스마트카, 브라질-A클래스,
앨라배마-M클래스카(4륜구동), 스페인-V클래스(미니밴)"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10년후에는 벤츠의 해외생산비율을 현재 5%에서 25%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런 벤츠의 전략에 대해 비판도 무성하다.

"매출은 2배, 이익은 절반"이라는 비참한 결과로 끝을 맺을 것이란 지적이
대표적인 예다.

미 컨설팅업체 DRI맥그로 힐은 A클래스의 경우 연간 판매량이
12만5,000대를 넘지 못할것으로 보고 있다.

A클래스의 유럽 생산능력 20만대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그러나 벤츠측은 99년말까지 단 1명의 인력증원도 없이 매출은 40%
늘어난 670억달러, 순익은 3배 불어난 36억달러로 올려놓을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우선 A클래스는 기존 소형차와는 다른 틈새시장을 창조할것이라는게
벤츠의 대응논리다.

바로 "고급"승용차 시장이다.

차체는 작지만 내부는 E클래스만큼 넓은게 A클래스의 강점이다.

정면충돌때 차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엔진은 자동차 바닥밑에서
도로쪽으로 구동되도록 특별설계됐다.

스마트카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차는 유럽의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에 맞추기위해 전기엔진을
장착하게 될 것이다.

벤츠는 마진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도 단행했다.

우선 6단계에 달하던 경영층을 4단계로 줄였다.

기업문화에 대해서도 메스를 댔다.

그동안 벤츠는 비용은 전혀 생각않고 최상의 차를 설계해왔다.

그리고 나서 비용에다가 적정 마진을 붙여 가격을 설정했다.

코스트 삭감이 될리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시장상황에 맞춰 가격을 설정한뒤 여기에 따라 차를 만들게 된다.

첨단기술이 적용된 중후하고 값비싼 차일수록 무조건 좋다는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기로 한것이다.

"신속조립"이라는 새로운 원칙도 도입됐다.

C클래스 모델의 경우 조립시간을 10시간이나 단축해서 35시간으로
줄였다.

스마트카는 불과 5시간만에 조립된다.

그결과 지난 2년간 생산성은 30%늘어났으며 부품공급 업체로부터의
구매비용도 23억달러나 절감됐다.

이런 노력으로 올 상반기 자동차 판매대수는 31만5,00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2%나 늘어난 숫자다.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12% 늘어난 15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하반기 경기전망은 썩 밝지 않다.

유럽의 자동차 수요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벤츠는 하반기에도 똑같은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미컨설팅 업체 자콥스&어소시에이츠의 수잔 자콥스 사장도 여기에
동조한다.

"끊임없이 변신하지 않으면 낙오되는게 현재의 시장상황이다.

잡다하게 변화만 많이 하고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아예
변화를 시도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이런점에서 벤츠는 옳은 방향에 서있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