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박영배특파원 ]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담배를 마약으로 선언하기로 결정했다고 미 CNN방송
이 행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21일 오후(현지시간) 보도했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지금까지 식품과 의약품에 관해서만 규제를 해오던
미식품의약국(FDA)이 담배도 마약으로 분류돼, 규제를 받게 된다.

FDA는 담배속에 포함된 니코틴이 이미 마약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지적,
담배를 마약으로 분류하도록 결정해줄 것을 클린턴 대통령에게 건의했었다.

이와 관련, 마이클 맥커리 백악관 대변인은 FDA가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판매를 규제하도록 클린턴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최종 보고서를 최근 제출
했다고 이날 확인했다.

맥커리 대변인은 예산관련 부처 등 다른 행정부 부처들이 FDA건의를
재검토해 왔으며 관계부처들의 검토가 끝나는대로 클린턴 대통령이 담배
규제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부 소식통들은 실제 어린이들의 흡연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 담배규제에 대해 광범한 지지가 나타났다고 말하고 담배회사들이 담배
광고에 어린이들이 나오지 않도록 하자는 권고를 듣지 않아 클린턴 대통령이
실망했다고 전했다.

담배규제를 주창해온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민주당)은 "흡연과 니코틴
은 중독성이 있다. 담배는 마약의 시작이다"고 지적하고 "담배회사들이
어린이가 나오는 담배광고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 왔으나 실패했다"면서
미국 전역의 학교운동장 밖에설치한 담배광고판이 어린이들에게 흡연을
유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흡연규제를 위한
미국내 주정부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데 애리조나와 캔자스주가 지난
20일 R.J 레이놀즈와 필립 모리스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미시간주도 21일 같은 소송을 냈다.

이로써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주는 모두 13개로 늘어났다.

미시간주는 이 소송에서 담배와 관련, 연간 2억2천만달러의 의료보조를
지출하고 있다면서 담배제조회사와 도매상 등 28개사를 상대로 1백40억달러
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애리조나주는 5백만달러를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오클라호마주도 곧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편 클린턴 대통령이 담배를 마약으롤 규정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미국의 일반 시민들은 거의 환영했지만 담배회사들은 물론 광고업계
까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또 21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담배회사들의 주가가 즉각 4%
이상 하락하고 거래량도 줄었는데 장이 마감될 무렵에 보도가 나온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담배회사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세를 면하지 못할
전망이다.

담배회사와 광고회사들은 법적인 대응을 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담배업계의 한 관계자는 담배회사들이 10대들을 겨냥해 담배 광고를 했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식품의약국(FDA)이 담배와 관련해 사법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행정부의 한 관리도 최근 연방대법원 판결과 관련, FDA가 담배
규제조항과 관련해 재검토를 해야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연방대법원은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시 당국이 야외광고판을 이용한
담배광고를 금지시킨데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었다.

그런데 클린턴 대통령은 작년에 스포츠행사와 T셔츠, 학교와 놀이터로부터
1천피트 이내의 야외광고판, 10대가 구독하는 잡지 등에 담배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광고업계에서는 클린턴의 이같은 구상은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