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유력 자동차회사들이 인도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물론 미국과 한국의 유력 자동차업체들이 "인도시장선점"
이란 특명을 띠고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는것이다.

세계 제2위의 9억5,000만명이란 거대시장, 연평균 6~7%에 달하는
고도경제성장등 무한한 잠재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도는 계층간에 소득수준 격차가 크다.

하지만 경제는 지난 수년간 견실한 성장을 계속해 1,000달러 이상
소득자가 1억명을 넘게됐다.

승용차생산은 지난해 32만5,000대를 돌파, 30만대선인 중국을 앞질렀다.

시장규모는 지난 91년 이후 4년만에 2배로 성장해 현재 연간 31만대를
넘어섰으며 오는 2000년엔 2~3배가 증가, 80만대 내지 100만대에 이를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들어서만 5개 업체가 승용차 현지생산에 돌입했고 수년내에 약10개사가
현지생산에 들어갈 계획을 발표해 놓고 있다.

유럽의 푸조와 피아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1월 승용차 생산에
착수했으며 일본 혼다는 오는 97년 생산개시목표로 이달중 뉴델리근교에
아시아카(1,300~1,600cc)공장을 착공한다.

미 포드도 이달부터 중형차 생산에 들어간다.

한걸음 뒤졌지만 현대도 10억달러를 투자, 오는 98년부터 남동부
마드라스시에서 엑센트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같은 외국유력업체 진출행렬은 인도정부가 지난 91년 발표한 개혁
개방화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개방 조치로 외국자본은 국내업체와 합작 제휴 합병 등을 통해 자유롭게
시장진입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경쟁격화로 4~5년내에 승용차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를 감안, 이미 일부업체들은 시장진출계획을 보류하거나 수출을 늘리는
등으로 타개책을 찾고 있다.

일 야마하와 오토바이를 합작생산하고 있는 현지 에스코츠그룹은
승용차시장 진출계획을 당분간 보류키로 했다.

일 스즈키와 인도정부가 합작 설립한 인도최대의 자동차업체인 마루티사는
1,000cc급 승용차"젠"모델의 유럽 수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마루티사는 특히 올들어 세단형 승용차 "이스팀"을 감산하고 있다.

이는 대우자동차의 "씨에로" 공격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

대우자동차는 현지생산한 씨에로를 앞세워 시장공략에 성공, 지난해
전체 자동차시장점유율 3%를 확보했다.

씨에로 출시에 앞서 지난해초 받은 주문만도 11만대를 넘어섰다.

대우가 현지업체와 10억달러를 합작투자, 뉴델리근교에 설립한 DCM대우는
지난해부터 연간 7만5,000대의 승용차를 생산중이며 공장증설이 완료되는
오는 98년께 22만5,000대로 늘릴 계획.

DCM대우는 단순히 인도내수시장용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경영"체제에서 주요수출부품 공급기지 역할을 한다.

현지 진출한 다른 업체들도 인도를 글로벌소싱의 전략기지로 만들
채비다.

인도의 승용차시장은 소형(600 ~1,100cc) 중형(1,100 ~1,600cc)
대형(1,600cc이상)으로 나뉘어 진다.

한국에선 소형인 "씨에로"(1,500cc)가 여기서는 중형으로 분류된다.

현재까지 밝혀진 계획에 따르면 대부분의 외국업체들은 이중 중형차에서
결전을 치를 태세다.

전체 자동차시장의 65%를 점유한 소형 800cc급 "마루티800"모델에
쉽사리 도전장을 던지기 어렵기 때문.

지난 83년 설립된 마루티사는 선발업체라는 이점에다 대당 5,600달러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소형차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인도 최대의 상용차업체인 텔코와 포드 대우가 여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텔코는 오는 98년부터 마루티 800과 비슷한 가격과 규모의 소형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포드도 99년부터 소형차 생산에 나설 방침이며 대우도 유사한 계획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진입한 업체들의 공통적인 양상은 "현지화"에 주력하는 것.

수입부품에 대한 관세율이 무려 5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화
전략은 당연한 일이다.

어찌됐건 인도를 놓고 벌이는 선진유력 자동차회사들의 싸움이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는 더두고 볼일이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