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통한 개인의 비밀스런 정보교류는 어느선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을 두고 요즘 미정가에선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범죄수사를 위해서는 도청을 계속 허용해야 한다는 정부측과 인권침해의
위험성을 들어 이에 반대하는 공화당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논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암호프로그램".

암호프로그램은 정보누출에 대비해 사용하는 일종의 보안장치로 전송때는
정보를 알수없는 상태로 배열했다가 전송이 완료되면 다시 본래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이제 이 암호프로그램은 사생활 보호나 중요한 기업정보의 외부유출에
대비한 컴퓨터사용자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현재 미정부는 시중유통되는 암호프로그램의 키워드길이를 40비트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암호프로그램은 키워드 길이와 난이도에 비례해 길이를 늘리면 그만큼
보안성도 높아진다.

당연히 풀기 어려워야할 암호프로그램의 난이도를 정부가 규제하고
있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등 수사
기관들의 도청을 위해서는 "성능좋은" 암호프로그램은 방해가 된다는
말이다.

또 범법자들이 이를 사용하면 국가적으로 볼때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것이다.

공화당측은 이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 도청은 인권유린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또 미국만이 유독 암호프로그램의 난이도를 규제하고 있어 수출이나 내수
시장에서 외국경쟁업체에 밀린다는 경제적 이유도 들고 있다.

네트스케이프사 로터스사등 실리콘밸리의 업체들도 이구동성이다.

그러나 이들은 법 철폐 주장에서는 한발짝 물러나 "키워드의 길이를
56비트까지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정도 길이면 종전보다 6만5,000배나 더 풀기 어려운 훌륭한 상품이
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요지부동으로 규제법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클리퍼칩" 도입을 추진하는등 지속적으로 도청확대를 꾀해 왔다.

클리퍼 칩은 일종의 도청기구로 이 칩을 컴퓨터에 내장하면 컴퓨터 사용
내역을 수사기관이 추적할 수 있다.

이 계획은 94년 도입추진발표 즉시 공화당과 업계의 반발에 밀려 결국
유야무야 됐지만 미국내 수사기관들은 여전히 법의 보호(?)아래 도청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측의 도청행위과 암호프로그램규제에 대해 인권단체들과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공화당측은 이문제를 대선의 쟁점으로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보브 돌전상원의원은 정부의 도청행위에 대해 "조지오웰의" ''1984년''에나
나옴직한 음흉한 음모"라며 정부측을 몰아붙이고 있다.

또 관련 소프트업계를 돌며 강도높게 클린턴대통령측을 비난하고 있다.

이와함께 암호프로그램문제는 미정가나 미업계뿐만 아니라 한국내 소프트
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내 규제법이 완화되면 미소프트웨어업계가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암호프로그램 개발부문에 있어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소프트업계
로서는 큰 타격이 될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암호프로그램문제는 이처럼 여러집단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난해한 알고리즘을 가진 이 암호프로그램문제를 미정부측이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