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에 주가버블(거품)론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상황이나 기업의 경영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다는 버블론은 연초
에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버블론자들이 많지 않았다.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월가의 3명중 2명은 주가가 실제가치에 비해 너무 부풀어 있다고 평가하기
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이 내세우는 버블론의 근거중 첫째 이유는 주가수익률(PER)이 너무
높다는 것.

스탠더드&푸어500주가지수의 경우 PER는 19.8로 전후평균치인 13.5에 비해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메릴린치증권의 리처드 번스타인연구원은 PER가 너무 높다며 멀지 않아
주가가 적잖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의 순익증가율 둔화는 버블론자들이 PER 못지않게 자주 들먹이는
버블론의 근거다.

이들은 약 2년전부터 본격화되던 기업순익증가세가 올초 정점에 도달한후
최근에는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살로먼 브라더스증권의 데이비드 슐만수석연구원은 "업계의 순익증가율둔화
에도 불구, 올들어 다우존스공업평균주가지수가 20번이나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증시가 거품에 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증시가 과열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도 버블론의 근거중 하나다.

기업공개(IPO)열풍이 휘몰아치면서 증시로 쏟아져 들어오는 돈이 "너무"
많아 증시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는 것이다.

뮤추얼펀드의 투자실태를 조사하는 AMG데이터서비스사에 따르면 지난 5월
마지막주중 주식투자형 펀드에 유입된 금액은 44억달러로 95년 동기의 2배에
달했다.

버블론자들은 또 지난 1년반동안 지속되고 있는 급격한 주가상승세 자체도
주가버블의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말한다.

현재 5,700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다우존스공업지수는 작년초의 3,900선에
비해 50%가량 치솟아 있다.

이렇다할 조정기도 거치지 않은채 다우지수는 작년에 60여차례, 올들어
20차례등 모두 80번이상 최고치를 깨고 또 깼다.

미국처럼 경제가 성숙된 국가에서 1년반 사이의 주가상승률이 50%나 된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다.

주가가 버블상태에 있다고 단정하는 전문가들중엔 다우지수가 하반기중에
1,000포인트나 폭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모건 스탠리사의 증시분석가인 바이런 위엔은 최근들어 채권수익률등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몇달후쯤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가량 급전직하할 공산이 크다고 말한다.

퍼스트어버니사의 휴 존슨 투자분석가도 주가폭락을 점치는 버블론자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증시가 완전히 투기장화됐다"며 하반기에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고 주장한다.

주가가 날개를 접고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버블론자도 없지는 않다.

골드먼 삭스증권의 애비 조셉연구원은 증시가 버블이긴 하나 주가폭락사태
는 없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버블론 확산으로 투자자들의 투자행태가 신중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때문에 증시가 완만한 주가조정기를 거치겠지만 주가 폭락사태는 겪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의 말대로 이달들어 주가폭등세는 다소 주춤해지고 있다.

확산되고 있는 주가버블론이 미래의 주가대폭락을 예방해줄 면역제가
될지, 주가폭락의 서곡이 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