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기용 엔진시장에 "출혈"경쟁이 빚어지고 있다.

미제너럴일렉트릭(GE),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의 자회사인 미프랫&위트니
(P&W), 영롤스로이스등 엔진업계 빅3는 가격표보다 최고 75%까지 싼 가격에
엔진을 "덤핑"판매하는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것.

이들 빅3의 현재 판매가격은 개발비와 간접비까지 포함시켜 계산할 경우
총 원가의 절반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들 빅3의 영업상태는 아직 괜찮은 편이다.

GE의 제트엔진 사업부문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6% 증가한
12억달러를 기록했다.

P&W도 지난해 보다 39%나 많은 5억3천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롤스로이스 제트엔진 사업부문의 이익도 무려 92%나 뛴 2억6천9백만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출혈경쟁을 계속하다간 이런 장밋빛 세월이 조만간 막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속에서도 이들3사가 이익을 낼 수있었던 것은 원가
절감 덕분이었다.

부품, 유지관리, 소형기엔진, 고속페리등 경쟁이 덜한 분야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것도 흑자유지의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더이상 이런 식으로 버텨 나가기는 어렵게 됐다.

이미 엄청난 원가절감을 했기 때문에 추가로 비용을 줄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격렬한 777엔진 수주경쟁의 불꽃이 지금까지는 "안전지대"였던
다른 분야로 번질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P&W의 칼 크라펙 사장은 "엔진게임의 법칙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며
"엔진시장은 현재 비이성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 1년전만 하더라도 보잉777기 엔진시장은 최소한 2사에게는 "노다지"
였다.

P&W의 PW4084엔진은 보잉 777기엔진의 전체주문중 절반이상을 따냈다.

그뒤를 이어 GE가 2위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롤스로이스를 대형엔진시장에서
완전히 따돌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롤스로이스는 "초저가"를 무기로 시장 전면에 나섰다.

롤스로이스는 싱가프로에어라인을 포함, 주요 2개의 입찰에서 경쟁 2사를
제치고 계약을 따냈다.

현재 롤스로이스는 수주랭킹에서 P&W와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R&D(연구.개발)에 15억달러나 쏟아부은 GE는 엔진결함으로 미연방항공국
(FAA)의 허가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낙오됐다.

GE는 곧 FAA의 허가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대형엔진시장에서
"패자부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5년정도로 잡았던 손익분기점이 FAA통과가 지연되는 바람에 10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롤스로이스는 보잉777기 엔진시장 선점의 여세를 몰아 맥도널더글러스의
신형 MD95기 엔진 독점 계약까지 따냈다.

이번 계약은 출혈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일반 입찰계약과는 달리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인 엔진공급을 보장받는 독점계약이라는 점에서
빅3가 모두 눈독을 들였었다.

그러나 결과는 롤스로이스와 BMW의 공동 수주로 돌아간 것이다.

그렇다고 게임이 롤스로이스측의 완승으로 판가름난 것은 아니다.

일단 수주는 했지만 과연 이익을 남길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롤스로이스가 앞으로 4년간 총 40%의 원가를 추가 절감해야
싱가포르에어라인의보잉 777기 엔진공급에서 이익을 남길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대폭적인 추가원가절감은 무리라는 업계의 공통된 지적에 비춰볼때
롤스로이스는 "밑지는 장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이제 빅3의 싸움은 엔진 쟁탈전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한국과 중국의 1백인승 제트기 합작개발 프로젝트 "아시아 익스프레스"의
엔진공급권을 놓고 이들 3사가 또한번 맞붙게 된 것이다.

앞으로 이들 3사가 어떻게 출혈경쟁의 늪에서 빠져 나와 추락하고 있는
엔진 수익율을 발진시킬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