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경제가 앞으로 10년간 고속성장세를 지속할 경우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은 석유확보 경쟁을 서로 벌이면서 충돌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 중 일을 위시한 동아시아국가들은 석유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부분
석유수입을 중동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선 및 생산지선점 및 안전수송로
확보 경쟁에 돌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실제로 동아시아 일부지역에선 대규모 석유가스 매장지로 추정되는 해역
에서 영유권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한 중 일의 경쟁
과 분쟁은 불을 보듯 환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포린어페어스지 최신호는 프린스턴대 공공국제문제
대학원의 우드로 윌슨 미일관계연구부장인 켄트E컬더씨의 기고문을 인용,
이같이 보도해 주목받고 있다.

이 잡지는 석탄과 원자력이 환경오염과 방사능오염의 주범이란 점에서
석유의존도가 심화될 것을 전제, 석유를 둘러싼 각축이 중국을 중심으로
촉발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10년전 국내산유량의 4분1을 수출했으나 경제성장으로 에너지
수출입균형에 급격한 변동을 겪으며 93년 11월을 기점으로 석유순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중국의 1인당 석유소비량은 세계평균의 6분의 1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수입수요는 하루 60만배럴이다.

그러나 수입수요는 오는 2000년께 1백만배럴이상으로, 2010년께 3백만배럴
로 증가할 것이라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최근 추정했다.

셸 차이나 페트롤륨 디벨롭먼트사는 2015년의 중국의 석유수입량이 하루
7백만배럴로 미국의 현재량과 맞먹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과 먼저 경쟁에 나설 상대는 일본이다.

세계평균 석유소비량의 20배의 석유소비량을 보이는 일본은 현행 하루
450-500만배럴 수입규모가 10년후에도 여전히 중국의 그것을 능가할 것이다.

특히 일본의 중동산 수입원유비중은 전체의 77.3%(94년)로 중동의존순위
3위다.

반면 중동산원유수입비중이 전체의 76.8%(94년)로 중동의존순위 4위에
랭크돼 있는 한국은 1인당 석유소비량면에서 세계평균 석유소비량의 10배로
일본의 절반수준이지만 GNP대비 전체에너지 수입비중은 일본의 3배에
달한다.

제철 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 성장으로 일본보다 에너지집중적인 경제구조
를 갖고 있는데다 부존자원은 더욱 적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석유개발정책실패로 아세안도 앞으로 원유수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 92년 아시아 원유수입의 77%를 점했던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21세기초에는 일본(37%) 중국(19) 한국(18%) 아세안(17%) 순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국가의 중동산원유의존도도 현재 70%에서 2000년께 87%로 늘어나고
2010년에는 95%로 치솟을 것이라고 하와이의 동서문화센터는 추산한다.

이 경우 중동산유국을 안정적인 수입선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원유와 가스반입 해운로이자 상당량 매장량을 보유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남중국해 등에선 대륙붕 및 도서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이미 가열되고
있다.

동중국해의 조어도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남중국해의 남사군도에서는
중국과 아세안국가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 원유반입 안전 확보를 위해 증강될 한 중 일의 해군력
경쟁도 이 지역의 안보위협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