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속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올들어 일부 귀금속가격이 큰폭의 등락을 보이고 비철금속 대부분이 약세를
기록하는등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지난 한햇동안 금속시장을 떠났던 미국과 유럽의
헤지펀드들이 연초부터 시장에 진입하면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불안한 장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져 커다란 가격등락폭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금속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조업자에게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한달여동안 기관투자가들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금시장.

연초부터 폭등세를 보이던 금값은 2월초 온스당 4백17달러를 기록, 6년만에
최고치에 도달했으나 이후 급락세로 돌아서 지난 12일에는 4백달러 이하로
주저앉았다.

반대로 니켈을 제외한 비철금속들은 대부분 약세에서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기관투자가들이 진입, 일제히 매물을 내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선물가격이 올들어 t당 1천50달러(아연), 6천2백달러(주석)선
등에서 조정장세를 보이는 비철금속가격은 하반기에는 기관투자가들의
집중매입으로 적어도 20%정도 뛸 것이란 전망이다.

올들어 금속시장에 뛰어든 거물투자가로는 조지 소로스와 제임스 스미스
등이 꼽힌다.

전설적인 원자재거래업자인 벨기에 출신 라켈 카낙도 시장을 떠난지
1년여만에 최근 단독투자회사를 설립하고 복귀했다.

그는 지난 94년 원유와 알루미늄 등을 연간 3백억달러 매출한 "글렌코어"를
매각하고 원자재시장을 홀연히 떠났으나 "원자재시장 전망이 밝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되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들 거물투자자 뒤에는 뉴욕증시를 휘젓던 펀드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양상의 배경에는 세계경기에 대한 낙관이 자리잡고 있다.

유럽은 결국 연착륙을 향해 나아가야할 입장이고 세계원자재시장의 20~25%
를 점유하는 미국의 경제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며 아시아는 예의 고속
성장을 구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깔려있다.

또 월가의 펀드들은 최근의 주식시장 활황세가 꺾일 것에 대비, 포트폴리오
투자압력을 받으면서 금융시장보다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금속시장을 투자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대형투자가들의 관심은 가격의 "오름세"나 "내림세" 자체
가 아니라 거래차익을 챙길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락폭" 그 자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광산회사 RTZ사의 수석경제학자 필립 크로손은
"기관투자가들이 금년도 비철금속생산업자들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수급의 논리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 투자가의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란 뜻을 기저에 깔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지가 최근 17개 분석회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체로
이같은 의견에 동조, 금속가격이 하반기에 접어들면 상반기와 역전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드미네트사의 분석가 닉 무어는 "약세를 보이는 비철금속이 올해 중반을
기점으로 강세로 치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값의 경우 영국 머큐리사는 온스당 5백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스위스은행은 하반기들어 3백65달러로 주저앉을 것이란 견해를 각각
내놓아 가격변동폭이 30%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