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러시아경제에 봄은 오는가.

서방은 낙관적인 평가를 하고있다.

그러나 문제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우선 러시아는 91년 소련연방의 붕괴이후 최대 파업사태를 겪고 있다.

지난1일 30만명 이상의 탄광광부들이 밀린 임금을 조기지급해 달라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에앞서 주초에는 대학교수를 포함한 교사들이 같은 요구조건을 내걸고
3일간 파업했다.

1일로 65회 생일을 맞은 보리스 옐친대통령은 착잡한 심정으로 축하상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내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오는 6월 대통령선거에서 옐친의 참패를
예고하고 있는 지금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확실한 지지세력이 반대
세력으로 변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게다가 체첸사태가 당초 "조기진화"는 커녕 해결 실마리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

월 55달러미만 최저생계비를 벌지 못하는 사람이 30%를 넘는등 궁핍양상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대선을 앞둔 러시아경제는 분명 어수선한 분위기다.

그러나 러시아경제에 대한 서방측의 시가은 예상외로 밝은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등은 러시아의 산업생산량이
10년내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여 금년도 실질경제성장률은 2%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방새체 이후 해마다 마이너스성장세를 보여왔던 러시아로서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수 있다는 전망은 상당히 반가운 일일수 밖에 없다.

이들 기관들은 그첫번째 이유로 인플레의 둔화를 들고 있다.

월간 인플레율이 지난해초만해도 8%에 이르던 "악성" 수준이었으나 연말
에는 긴축재정 덕분에 3%대로 떨어졌다.

또 중앙은행이 환율변동 상한폭을 도입, 루불화가 안정세를 되찾아 대외
신뢰도가 높아진 것도 좋은 징조다.

한때 주춤했던 해외투자의 유입붐이 되살아 나는 것도 이덕분이다.

영국 기업정보 전문업체인 KPMG사는 94년 17억달러에 불과했던 러시어
업체에 대한 기업합병규모가 지나해는 1백달러로 급증했다고 집계했다.

중국에 대한 투자가 이기간중 3분의1 이상 줄어든 거과 비교하면 대조적
양상이다.

올들어 이른바 "러시아 끌어안기" 움직임이 서방세계에 한층 확산되는
점도 러시아에는 좋은 징조다.

체첸사태, 경제개혁의 기수인 아나롤라 추방이스 제1부총리를 퇴임에도
불구 러시아를 서방체제내 정착시키려는 노력은 한층 강해지는 분위기다.

그 첫번째 신호탄은 유럽연합(EU)이 지난 1일부터 러시아와 체결한 잠정
무역협정의 시행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협정은 교역시 수량규제철폐 규준규격등 인증분야협력 최혜국대우부여등
양진영간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무역및 투자를 증진시키기 위한 협력방안을
담고 있다.

러시아의 체첸침공으로 이협정의 비준이 일시 보류됐다.

그원인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EU가 서둘러 시행에 들어갔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난다.

지난달 2일범유럽문화창달기구인 구주평의회가 찬성 1백64 반대 35란
압도적인 표차로 러시아의 참여를 지지한 것도 그예이다.

서방문화권에 러시어를 끌어들이려는 포석의 일환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그리스 EU정상회담에 옐친대통령이 참석하는등 유럽의 부자나라
집단에 러시아를 가입시키려는 노력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보다 긍정적인 사실은 IMF가 90억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자금을 러시아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돈이 유입되면 현재의 긴축재정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30억달러 상당의
체불임금상화을 포함 1백20억달러에 이르는 금년도 재정지출이 차질없이
집행될수 있다.

이달말 IMF총재의 방문이후 그 가부가 최종 결정이 나게돼 있으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긍정적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시각이 강하다.

러시아는 여전히 자본주의의 뿌리를 내리지 못한채 과도기적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공산당이 대약진을 한데 이어 6월 대선에서도 공산당과
민족주의자들이 승리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민영화작업에 제동이 걸리는등 개혁의 속도가 다소 주춤하는 "역류현상"도
일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경제를 보는 서방세계의 시각은 "당위론"과 함께 바관보다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