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전체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섬유류수출이 급격한 내리막세를 보이면서
경제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파키스탄의 섬유류수출은 지난 4월 이크발 마시란 이름의 12살짜리 소년이
권총으로 살해되면서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의 어린이노동관행을 반대해온 마시소년이 "카펫 마피아"에 의해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럽등지의 대형수입업자들과의 거래가 끊겨
버린 것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올 회계연도 1.4분기의 경우 섬유류수출은 전분기에
비해 무려 30%나 줄어들었다.

파키스탄정부는 이에따라 대대적인 수출촉진책을 마련하는등 섬유류수출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파키스탄정부는 우선 수출개발기금을 설치, 카펫 의류 가죽제품및 의료용
섬유제품생산업체들에 대해 장기저리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다.

남아프리카및 중남미시장에 카펫을 수출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화물운임의
25%를 보조해주기 시작했다.

신규시장개척및 기존거래선유지를 위해 1,000명의 업계대표들을 정부보조로
해외에 파견하는등 해외마케팅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어린이 노동왕국이란 오명은 파키스탄의 섬유산업을 고사시켜 상대적 이익
을 챙기려는 인도 섬유업체들의 악의에 찬 선전에 의한 것이라며 역선전
공세도 취하고 있다.

섬유업자들도 마시소년의 사인은 약물중독이며 자신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파키스탄정부는 특히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루피화 평가절하
조치를 단행했다.

경쟁국인 인도가 최근 통화가치를 14%나 평가절하한 것을 감안한 것이다.

파키스탄정부는 이같은 수출촉진책에 따라 올회계연도중 섬유류수출이
지난 회계연도보다 25~35%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키스탄정부는 그러나 또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섬유산업을 살리기 위해 루피화를 평가절하하면서 물가연쇄인상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경제가 마시소년의 죽음으로 인한 섬유수출감소와 물가불안이란
이중고를 극복하고 제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