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스포츠카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300SL",포르셰의 "스피드스터"를 주축으로 50년대 세계
스포츠카시장을 주름잡았던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신모델을 내놓거나 개발에
착수하는등 스포츠카왕국으로서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BMW는 최근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2인승 컨버터블 "Z3"를 내놓고 본격적인 판촉활동에 들어갔다.

BMW의 50년대 후반 스포츠카모델인 "BMW507"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설계된
Z3의 가격은 대당 3만2천달러선.

싼 가격에 스포츠카 구입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
이다.

BMW가 Z3의 가격을 낮게 책정한 것은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가격요인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토비즈니스사의 자동차시장분석가인 에드먼트 츄는 "스포츠카는 이미
자동차를 갖고 있는 가정에서 구입하는 세컨드카의 성격이 짙다"며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시장확대를 꾀할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BMW는 Z3를 007영화시리즈 최신작 "골든아이"에서 주인공 제임스본드역할을
맡고 있는 피어스 브로스난이 몰고 다니는 자동차로 제공함으로써 올드팬과
젊은층의 구매욕을 부추기고 있다.

포르셰는 내년중 신모델 "박스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93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처녀 출품됐던 박스터는 BMW의 Z3보다
출력이 강하며 가격도 대당 5만3천달러선으로 고소득 스피드광을 겨냥하고
있다.

포르셰는 박스터모델 개발비용을 빼기 위해서는 1만5천대이상 판매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특정소비계층을 중심으로 판촉활동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SLK"모델을 개발해 놓고 있다.

Z3, 박스터모델과는 달리 구색상품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SLK는 기존의
"SL"모델보다 크기가 작고 값도 싼 점이 특징으로 스포츠감각을 즐기는
동시에 안전성도 따지는 30-40대 여성운전자를 주소비계층으로 삼고 있다.

아우디 역시 최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와 도쿄모터쇼에 출품해 시선을
모았던 "TT"모델을 무기로 98년부터 BMW 벤츠 포르셰의 아성을 넘본다는
전략이다.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이처럼 스포츠카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서유럽지역에서의 스포츠카 판매량은 1만6천대에 머물렀지만 98년
까지는 3배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인 것이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DRI사는 "지난해 서유럽지역에서 판매됐던 자동차
7백대중 1대가 스포츠카였지만 98년에는 2백대중 1대 꼴로 스포츠카가 팔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독일자동차업체들이 내놨거나 준비중인 Z3,
박스터, SLK, TT모델 스포츠카의 앞날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라고 말한다.

세계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스포츠카 자체에 대한 수요는 확산될
것이지만 모델 하나하나의 앞날은 험난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로버그룹과 알파로메오가 최근 개발한 "MGF", "뉴 스파이더"로
시장공략에 나서는등 스포츠카시장은 소비자들이 충분히 소화해낼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모델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앞으로 시장경쟁 끝에 낙오하는
모델이 다수 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