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간의 정치.경제협력이 한단계 높아졌다.

지난 3일 미.EU정상회담에서 빌 클린턴미대통령과 EU의장국인 스페인
펠리페 곤잘레스총리,자크 상테르EU집행위원장이 서명한 "신범대서양헌장"및
"미.EU행동계획(액션플랜)"은 양측의 협력무대를 크게 넓힌 획기적인 사건
이다.

이 두개의 협정은 미국과 EU가 세계평화와 국제교역을 증진하기 위해 함께
추진해 나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는 21세기의 상호관계를 규정짓고 있는 이 협정들은 "21세기를 대비한
미.EU공동번영 청사진"인 셈이다.

협정의 의의는 양측이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협력의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동서냉전종식후 지난 6년여동안 미국과 EU는 여러차례의 무역마찰과 지역
분쟁처리를 둘러싼 이해대립으로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연초 금융시장개방협상에서의 상호대립, 시청각시장의 개방논란,
EU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관세부과등으로 통상관계는 원만치 못했다.

미국과 EU는 지난 89년 동서냉전이 종식되자 자국경제이익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둬 왔다.

이때문에 양측은 경제관련 문제에서 사사건건 맞부딪치곤 했다.

최근들어 양측은 협력보다는 대립이 더 많았던 지난 5년을 반성하면서
옛날의 굳건한 협력관계로 돌아가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이 신범대서양헌장과 행동계획이라는 두개의 협정이 탄생된
배경이다.

양측은 이날의 협정을 계기로 탈냉전시대이전의 긴밀한 협력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범대서양헌장은 양측이 협력해 갈 5개 분야를 담고 있다.

<>보스니아재건을 위한 상호협력 <>범대서양시장 창설 <>중동평화회담지원
<>마약거래퇴치를 위한 협력강화 <>환경보존협력강화등이 이 헌장의 골자
이다.

행동계획은 21페이지의 분량으로 헌장에 들어있는 5개분야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헌장과 행동계획내용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통상관련 내용이다.

통상문제는 미.EU정상회담이 개최되기전부터 세계의 이목을 끌었었다.

범대서양자유무역실현이라는 합의가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에서였다.

EU와 북미를 하나의 거대한 자유무역시장으로 만든다는 범대서양자유무역
지대 구상은 세계각국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세계 양대 경제권이 "관세철폐, 노동력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뜻하는 자유무역지대로 바뀐다는 것은 세계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지대결성 문제는 이번 협정에서 제외됐다.

사실 지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상품과 서비스의 모든 교역부문
에서 서로 첨예한 경쟁관계에 있는 양측이 자유무역을 실시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유무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일들도 매우 많다.

또 자유무역을 통해 양측의 기업들이 갖게 될 득실이 천차만별이기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이라는 용어가 섣불리 언급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
된다.

대신에 미국과 EU는 교역확대를 위한 다른 2개의 길을 찾았다.

먼저 컴퓨터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모든 정보기술제품의 관세및
비관세장벽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00년까지 관세와 각종 비관세장벽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간후 21세기에는 완전철폐 협상을 벌여 나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다른 한 길은 전기통신과 해상운송서비스등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끝내지
못한 부문들을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EU가 내년 4월말과 6월말이 각각 협상시한인 국제통신시장개방
협상과 해운서비스협상에서 공동전선을 형성, 협상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미키 캔터미무역대표부(USTR)대표는 협정체결직후 "앞으로 10년후 세계는
미.EU협력협정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될것"이라는 말로 이번 협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제경제전문가들도 이날 협정이 90년대들어 미.EU간에 이뤄진 수많은
성과중 가장 괄목할 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