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9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대 머톤 밀러
교수를 초청해 30일 전경련회관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열린 이날 강연회에서 밀러교수는 "경제원리
일본경제에도 적용되는가"라는 주제를 통해 일본의 경제불황 요인과 금융
제도 개혁과제등을 금융자율화 측면에서 설명, 우리경제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했다.

밀러교수의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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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기본원리는 어디서나 적용된다.

현재 일본의 경제불황과 금융위기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 이같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인위적인 시장의 힘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해야 할 것이다.

특히 더이상 도쿄대 법대출신들이 광범위한 자본시장의 자원흐름을 왜곡
하게 해서는 않될 것이다.

일본주식회사의 관료제도가 비생산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지난 15년간의 정책적 혼돈을 대장성과 일본은행및 일본정치제도에
책임지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내기도 여전히 쉽지 않다.

이에대해 비교적 간단한 장기적 개혁안을 제시하려 한다.

먼저 대장성의 금융산업에 대한 권한을 완전히 폐지해야 할 것이다.

미시적 측면의 은행규제 권한은 대장성에서 분리된 전문기관으로 이전돼야
만 한다.

미시적 측면의 은행규제는 심사및 감사등 내부통제가 국제표준에 부합
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신설될 은행심사기관이 단순히 대장성의 한 부서가 돼서는 곤란하다.

전통적으로 대장성의 관료와 은행간의 밀착관계는 일본의 은행감사제도를
무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급준비금등 거시적 측면의 은행규제는 일본 중앙은행으로 이관돼야 한다.

이때 일본 중앙은행의 완전한 독립이 중요하다.

단순히 대장성으로부터의 독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부및 행정부
로부터의 독립도 의미한다.

혹자는 일본 중앙은행의 독립을 반대한다.

일본중앙은행이 불명예스런 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난 80년대의 거품경제나 90년대 버블붕괴후의 경제상황에 중앙
은행이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사안에 대해 중앙은행이나 대장성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중앙은행의 정책이 정부경제정책의 일부로 비쳐지는한 양자간의 불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점을 인정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실은 분명하다.

급격한 통화공급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80년대 일본의 소매물가상승률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일본의 중앙은행이 80년대 중반에 취했던 통화확대정책은 소비자물가를
자극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곳에서 그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그것은 바로 건설경기의 붐과 주식및 부동산등 자산가격의 급등이었다.

중앙은행의 확대신용정책에 의해 발동이 걸린 자산가격상승은 일본 대장성
의 잘못된 정책개입으로 더욱 가속화됐다.

지난 87년 일본주식시장에서는 주가하락 압박이 있었다.

대장성은 곧바로 주가 받히기에 들어갔다.

때문에 주가는 7~8%정도밖에 하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장성의 주가받히기는 실제로 더 악화된 결과를 가져왔다.

90년대초 새로 임명된 중앙은행 총재가 일본경제를 버블이라고 단정하자
자산가격은 급락해 예전 자본소득의 60%이상이 날아가 버렸다.

이때 일본 중앙은행은 자산 인플레 재발을 두려워한 나머지 은행산업에
필요한 유동성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지 못했다.

이는 커다란 실책이었다.

결국 일본은행은 금융긴축 과정을 중단했으나 이미 시기가 늦어 은행과
일반에게 불필요한 손실을 입힌 다음이었다.

이런 경험들에 비춰볼 때 우리가 가장 좋은 것은 중앙은행이 환율이나
실업률의 변화에 일일이 대처해야 한다는 의무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상업은행들의 자본과 수익성을 지켜줘야 한다는 중앙은행의 임무는 상업
은행들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지배하는 원칙을 수정하는 것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은행들이 다른 기업의 보통주를 소유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않된다고 생각한다.

은행의 자산구성에 대해 법적인 제한을 가한다는 것이 탐탁스럽지는 않지만
이 제한은 장.단기적인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제한은 대장성이 주식시장에 자주 관여하고자 하는 동기를
제거할 수 있어 대장성의 역할을 줄인다는 목표와도 부합된다.

대장성이 은행부문에 대한 간섭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관청의 지시를 시장의 판단이 대체하도록 하기위한 첫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대장성은 여전히 에산과 세제라는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숨막히는 관료조직을 벗어 던지고 그들의 창의력을 꽃피울 수 있는
개방시장 체제를 선택하기를 희망한다.

<정리=김용준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