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모든 반이민법안을 중지하라"

최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타임스지에 연속적으로 실렸던 광고의 헤드
타이틀이다.

반이민 물결이 솟구치고 있는데에 대한 종교및 인권단체들의 저항이 급기야
광고를 통해 노골화되고 있는 한 단면이다.

이민자들이 건설한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설 땅을 잃어가는 아이러니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웰페어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지난 19일 의회를 통과했다.

이로 인해 수혜대상자들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

또 하나는 이민자 감축법안인데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이외에도 "영어를 못하겠거든 미국을 떠나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어 모든 주로 확산될 기세이며 소수계 보호법안인 어퍼머티브 액션
(Affirmative Action)이 위협을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번에 통과된 웰페어 법안(HR4)은 시민권이 없는 65세이상의 노인
이나 지체부자유자들에게 주는 연방혜택, 저소득자에게 지급하는 의료비,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지원, 사회봉사 단체기금등을 모두 없애도록 했다.

이 법안 통과로 인해 한국의 이민자 1백만명중 60여만명이 당장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

연금으로 사는 노인들이 어려운 지경에 빠졌고, 병원은 웬만해서 갈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됐다.

의료비가 엄청나게 비싸 자영업을 하는 고소득자 아니고는 그저 건강하기
만을 바라는 수 밖에 별도리가 없다.

이러한 사정은 숫자가 많은 히스패닉, 중국계에게는 더욱 심각하다.

이민자감축법안의 경우는 현재 미국에서 받아 들이는 연간 80만명의
이민자를 50만명으로 줄이는게 골자다.

따라서 가족이민 취업이민등이 크게 제한을 받게된다.

가족이민의 경우 형제자매는 고사하고 자녀일지라도 21세이상이면 유학
비자나 취업비자를 받아야 미국에 들어올수 있도록 돼있다.

그것도 가족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가 따른다.

미국판 이산가족이 비일비재할 날도 멀지 않은것 같다.

취업이민도 5~7년이 요구되는 숙련직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정치망명 난민등도 앞으로 엄격히 규제됨은 물론이다.

사실 미국에서 이민을 규제하는 것이 새로운 건 아니다.

1882년 대륙횡단철도를 마무리한후 "중국인축출법"을 제정, 이들을
내보냈고 2차세계대전이 끝났을때는 일본인들을 집단수용하기도 했다.

그러면 이러한 반이민 분위기가 왜 형성되는가.

미국의 경제 및 사회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을 갖고 있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연방재정적자가 심화될수록,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실업이 많아질수록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비례해서 커진다는 것이다.

힘없는 이민자들을 속죄양으로 삼는 고도의 정치전략이라는 분석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국민이 세금으로 내는 돈을 이민자들이 빨아 먹는다고 몰아세움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속셈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반이민 무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같다.

힘없고 핍박받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준다고 뉴욕 허드슨강위에 횃불을
들고 서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새삼스러워지는 요즈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