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적게 일하는게 개인은 물론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언뜻 듣기에 전혀 현실과 맞지 않을 것 같은 기업모토다.

그러나 미국에서는요즘 이런 꿈같은 지침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는 기업이
있어 화제다.

미텍사스주 수도 오스틴시의 주문형 소프트웨어제작및 서비스전문업체인
스털링 인포메이션이 바로 화제의 주인공.

이 회사는 주40시간이상 일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사장부터 말단사원에 이르기까지 밤낮 가리지 않고 악착같이 일하는 풍토를
이 회사는배격한다.

스털링의 근무수칙과 인력관리체계를 보면 파격 그 자체다.

이익이 생기면 그중 절반을 연말상여금으로 직원들이 골고루 나눠 갖는다.

직원들은 1년에 5주이상씩 휴가를 쓴다.

근무시간은 스스로 책정하되 가급적 재택근무시간을 늘린다.

회사업무외에 다른 분야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다는 것도 따라야할
수칙이다.

직원들이 직위나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도록 수평적 조직구조를 갖춘 것
또한 이 회사의 독특한 기업문화다.

이런 상식밖의 기업문화에 젖어 있는 스털링직원들이 최고의 자산이자
기업목표로 여기는 것은 오로지 한가지다.

고객들로부터 품질과 서비스, 적기납품에 관한한 스털링을 아무도 따라갈
수 없다는 평판을 듣는 것.

이 회사의 소유주는 오스틴출생의 칩 올페사장이다.

지난 85년 고작 수천달러의 밑천으로 혼자서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뛰어난 사업수완을 발휘해 회사규모가 커지게되자 종업원을 뽑기
시작했다.

그런데 스털링의 첫번째 채용직원이 뇌성마비의 아들을 두고 있어 수시로
아이를 돌볼 시간이 필요했다.

올페사장은 "회사나 자신의 경력관리를 위해 가정생활을 희생시키는
종업원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에게 일정한 근무시간을 정하지 않고 일하도록
했다.

이 회사에서 소프트웨어엔지니어로 일하는 폴 패터슨(34)씨는 첫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오전에는 아기를 보고 오후에 8시간동안 근무했었다.

두번째아이를 가진뒤부터 그의 주간평균근무시간은 30시간으로 줄었다.

이런식으로 스털링은 처음부터 기업인력관리의 일반적인 틀을 완전히
무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업문화에선 더 풍성한 결실이 나왔다.

지난 90년 18명의 종업원으로 8만2천달러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가 불과
5년만에 외형을 6배이상 키워 올해에는 종업원수 70명에 6백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 5년동안 회사를떠난 사람은 거의 찾아 볼수 없다.

미국에서 소프웨어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1주일간 평균근무시간은
60-70시간.

따라서 스털링에서 기껏해야 1주일에 40시간 근무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다른 회사로 옮길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울페사장은 직원들에게 결코 혜택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스털링의 제품이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는 하루 6-8시간의 적정
작업시간을 지켜서 불량이 없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라는게 울페사장의
설명이다.

다시말해 타율에 의한 자리지키기 보다, 자율적 업무의지를 가지고
자유스럽게 근무하는 풍토가 곧 기업의 경쟁력임을 스털링은 실증하고 있는
셈이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