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계량경제학회 제7차 세계대회가 지난 8월22일부터 29일까지 일본 도쿄
에서 열렸다.

5년마다 열리는 세계계량경제학회의 세계대회는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해서
새로운 경제이론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경제학올림픽''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세계대회에서 나타난 세계경제학의 신조류 등에 대해 여기에 참가
하고 돌아온 안충영 중앙대교수와 윤관구 뉴욕주립대교수(현 서울대 초빙
교수)의 글을 통해 차례로 알아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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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충영 < 중앙대 교수 > ]]]

세계계량경제학회는 1930년12월29일 요제프 슘페터, 어빙 피셔, 랑나르
프리시등 당대의 석학들에 의해 창립된 오랜 전통의 가장 권위있는 국제적
경제학회이다.

역대 노벨경제학 수상자들이 동학회에서 선정된 "펠로"출신들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33년 랑나르 프리시가 편집장이 되면서 창간된 동학회의 학회지
"이코노메트리카"지는 경제학의 이론과 방법론의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계량경제학회 정관 제1조를 보면 "세계계량경제학회는 경제이론을
통계학및 수학과 연계 발전시켜 가는 국제학회"임을 천명하고 있다.

나아가서 동학회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로부터 완전 독립하고 특정단체나
조직의 재정지원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냉전체제의 전성기에도 사회주의권
경제학자들이 적극 참여한 유일한 무국경학회이기도 하다.

세계계량경제학회는 자연과학의 방법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정치하고
창의적 논리체계를 바탕으로 모든 경제문제에 대한 경제이론과 실제 경제
현상을 접목 통합시키는 것을 주요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학회가 정례적으로 세계총회를 개최키로 한것은 일본의 모리시마 미치오
교수가 학회장을 역임할때 로마에서 제1회 세계대회가 열리면서부터였다.

그후 5년마다 세계대회가 개최되어 왔으며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8월22~29일 제7차 세계대회가 도쿄 게이오대학에서 개최되었다.

경제학의 과학화를 부단히 추구하는 경제학자들의 노력은 동학회의 세계
대회에서 논문발표와 토론으로 집약되고 있다.

경제학의 과학화노력은 경제문제의 모든 영역에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세계계량경제학회의 세계대회는 사실상 "경제학의 올림픽"이라고 지칭될수
있다.

올해 제7차 세계대회에서는 노벨경제학상수상자및 그 반열에 있는 석학들이
발표및 사회를 보는 전체회의가 "프리시기념강연"등의 형식으로 4편 있었다.

동학회 7차세계대회 프로그램 위원회가 경제학 분야별로 가장 앞서가는
학자를 선정하여 29편의 초청논문이 2개 분과로 발표되었다.

그리고 사전심사를 거쳐 7백56편의 기여논문이 16개 분과로 동시진행
되었다.

이번 7차세계대회에서는 게임이론과 응용에 관한 논문들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게임이론을 비판하는 논문들도 상당수 발표되었다.

동대회 기간중 뉴욕대학의 보얀 조바노빅교수,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의 존 맥밀런교수, 스탠퍼드대학의 아오키 마사히코교수등의
논문을 중심으로 현지대담을 통해 느낀 필자의 소감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필자의 뇌리에 남아 있을것 같다.

우선 이론적 기초가 없는 단순한 경험적 명제는 계량경제학회에 발붙일
곳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경험적 내실이 없는 계량경제학의 형식논리도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지만 경제현상에 대한 설명력을 높이기 위한 계량경제학자들의
이론적 객관화 노력은 정책방향의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후기산업사회에서 경제성장의 엔진은 기술을 포함한 광의의 "지식"생산요소
에 결정적으로 의존하며 그 "지식"은 경제구조의 내재적 메커니즘에 의해
생성되고 경제성장과 상호교호작용을 한다는 내생적 성장모형은 우리에게
많은 정책적 암시를 주고 있다.

조바노빅 교수가 예시한 활용형 모형(Adoption Model)은 기존기술과 지식
체계를 확산 원용하기 위한 응용연구 교육 현장훈련 학습효과의 고양이
오늘날 선진국에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식 정보집약사회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우리입장에서 선진국들이 앞서
체계화시킨 지식과 기술을 빠른 속도로 확산 응용 개량하는 전략이
"신기술"의 독자적 개발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명제는 우리나라의 교육
과학.기술정책에 중요한 지침을 제공해 줄수 있는 것이다.

맥밀런교수의 "구사회주의 경제권의 시장경제전환"에 관한 이론은 오늘날
시장경제권의 결함에 대한 역분해 진단이라고 볼수 있다.

"경쟁요인"을 불어넣기 위한 러시아와 동구의 쇼크요법과 중국의 점진주의
의 상대적 효과분석은 이론적으로 흥미있는 대목이다.

요컨대 시장경제의 요체는 사유재산권의 확립과 공정경쟁의 여건을 만들어
가는데 있음을 "전환경제"의 시장화 실험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수 있다.

필자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준 학자는 일본에서 학부를 마치고
스탠퍼드대학에서 교수로 활약하고 있는 아오키 마사히코씨였다.

그는 일본기업의 계열화와 종신고용행동을 거래비용의 패러다임에서
세계적으로 객관화시켰다.

제품의 수명주기가 비교적 긴 기계산업의 경우 계열화와 종신고용을 근간
으로 하는 일본식 기업행동이 거래비용을 축소하면서 기술력을 끊임없이
신장시켜가는 시스템으로 이론화했다.

그의 독창적 업적은 개인주의의 기초와 가정위에 확립된 신고전학파의
논리를 일본의 경제주체들 사이에 깔려 있는 상호신뢰와 공생의 문화적
배경에 접목시킨 것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이론과 실증분석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계량경제학 강의를 본격 개설한 변형윤교수(현 서울대 명예
교수)가 초대회장으로 피선된 한국계량경제학회가 86년에 창립된 이후
91년에는 세계계량경제학회 극동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애로, 스티글리취, 허위츠, 필립스등 세계정상의 경제학 지성들이 서울에
집결하여 이론과 실증분석열기의 새로운 불길을 지폈다.

일본은 지금까지 세계적 주목의 대상인 세계계량경제학회의 "펠로"를
모리시마교수등 13명이나 배출했다.

이번 도쿄대회에서 한국인 학자의 논문이 20편가량 발표된 것을 보면
최초의 한국인 펠로의 출현도 그렇게 먼 장래의 이야기는 아닌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