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마저 건지기 어렵게 사그라만 들던 클리턴의 인기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것은 국내정치를 잘해서도 아니고,분쟁지역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잡아서도 아니다.

다름아닌 강경한 대외 무역정책이 클린턴인기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클린턴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인기영합에만 급극하는 성실치
못한 지도자로 미국민들의 혹평을 받아온게 사실이다.

그런 그가 다시금 명예를 되찾기 시작한 것은 일본과의 자동차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은 이후 부터이다.

이에 대한 반증은 저널 오브 코머스지의 8일자 여론조사결과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민 대다수가 클린턴이 당초 자신의 선거기간중에
한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약속이란 미국의 이익을 위해 강경한 대외 무역정책을 구사한다는
것이었다.

이 여론조사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종전과는 달리 민주당 유권자의
절대다수와 많은 노동자들이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통령재선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점이다.

이는 클린턴이 일본과의 자동차협상시 한발 양보없는 대치국면을 전개
하면서 성고를 얻어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기에서 보듯, 미국민들은 지도자가 공격적이고 단호한 정책을 펴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여기에서 대리만족을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케네디나 부시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도 쿠바미사일과 중동전에서
미국의 힘을 보여준 후였다.

이제 미국의 정치적이기 보다는 경제적인 현안문제를 옮겨 힘을 행사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따라서 당장 자동차협상을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걱정이 아닐수 없다.

벌써부터 GM 포드등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은 연일 한국이 필요이상의 수입
장벽을 쌓고 있다고 공공연히 비난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의 불만을 핑계로 미행정부가 우리에게 실력행사를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인기를 의식한 클린턴이 정치적인 계산하에 한국을 일본에 이은 제2의
타겟으로 선택하지 말것을 바랄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