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0일 멕시코 북부산업도시 티후아나에 위치한 삼성그룹 복합화
단지 2층 사무실에는 1백명이 넘는 멕시코인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사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허름한 차림을 한 이들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면접관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멕시코북부에 있는 기업체에서는 이처럼 취업을 하기위해 줄을
늘어선 모습을 종종 볼수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다.

"사람을 골라 뽑을수 있을 만큼 입사지원자들이 많다"(삼성전관 조용민
부장)는게 이곳의 인력사정이다.

멕시코인들은 페소화 폭락이후 멕시코경제가 심각한 불황에 빠져들자
"경기가 좋다"는 북부산업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마킬라도라 업체들이 이곳에 많기 때문이다.

"방아찧는 사람, 기름짜는 사람"이라는 원뜻을 가진 마킬라도라는 멕시코
에서 보세가공산업을 뜻한다.

수출용상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기 위해 멕시코정부는
지난65년 마킬라도라 제도를 도입했다.

멕시코의 싼 인건비를 이용할수 있는 이점을 외국기업에 제공함으로써
고용창출과 외화획득을 꾀한다는 정책이다.

마킬라도라산업은 페소화폭락이후 더욱 활발해지고있다.

멕시코근로자들뿐만 아니라 외국기업들도 대거 마킬라도라지역으로 진출
하고있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기존공장의 라인을 늘리는 작업이 이곳에서 한창
진행중이다.

우리기업의 경우 삼성전자 대우전자등이 멕시코공장을 확대중이다.

도루코 우성전기등은 올해 새로 공장을 짓기로 했다.

외국기업들이 최근 마킬라도라로 몰려드는 것은 멕시코가 아메리카대륙에서
결성되고있는 경제블록화 움직임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G3(멕시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자유무역협정
등 지역블록화 움직임이 관세혜택보다 더 큰 요인"(멕시코기업연합회
안드레스 라타피 부회장)으로 작용하고있다.

페소화가치 폭락도 멕시코로 향한 기업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달러당 3.4페소수준이었던 환율이 올들어서는 달러당 6~8페소수준
으로 바뀌었다.

인건비와 공장부지 전력 용수등 공장설립에 필요한 투자비용이 절반수준
으로 떨어졌다.

"보세가공산업"으로서의 마킬라도라는 멀지않아 없어지게 된다.

NAFTA 규정에는 "2001년 마킬라도라제도 폐기"가 명기돼있다.

NAFTA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국간 관세가 없어지는 마당에 미국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던 마킬라도라제도는 더이상 필요없다는 것이다.

미구엘 부스타만테 티후아나 공단이사장은 공장설립을 문의하는
외국기업들에 마킬라도라를 "아메리카생산기지"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이루어지고있는 멕시코투자의 대부분이 미국 캐나다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며 "지난해 NAFTA발효에 이어 올해 G3자유무역협정과
볼리비아 코스타리카등과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서 마킬라도라에 대한
외국기업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있다"고 설명했다.

마킬라도라 업체는 지난해말 2천40개에서 올해 4월현재 2천1백60여개로
1백20여개 늘어났다.

멕시코 대외무역은행 라파엘 모레노부총재는 "페소화 폭락이후 3개월동안
은 마킬라도라 신규투자가 주춤했으나 4월부터는 급증추세를 보이고있다"며
"연말까지 지난해보다 20%정도 늘어난 80억달러 유치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킬라도라업체 고용인원 역시 65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수치도 함께
내놓았다.

마킬라도라 산업은 대부분 미국과의 국경부근에 몰려있다.

마킬라도라업체의 80%가 멕시코북부지역에 자리잡고있다.

세계최대시장인 미국을 겨냥하고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들과 일본기업들도 대부분 멕시코북부지역에 진출했다.

특히 태평양과 인접한 서북부지역이 한국기업과 일본기업들에 인기다.

핵심부품과 원료등을 자국에서 가져와야하는 한국과 일본 기업들에는
태평양연안의 북부도시가 유리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등 전자업체들과 현대정공 새한미디어등 대부분
의 한국기업들이 티후아나 멕시칼리 산루이스리오콜로라도등 태평양 인근
도시에 자리잡고있다.

멕시코 국경지대중 동쪽의 경우 한국기업이 진출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물류비가 서북부지역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철강 자동차등 중공업분야 투자가 유리"(삼미아틀라스
백경웅이사)한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멕시코 중공업중심도시인 몬테레이가 이곳에 있는데다 철강 자동차등
중공업이 미국과 멕시코 모두 동부지역에 발달해있어 원료와 부품조달이
손쉽기 때문이다.

또한 최대시장인 미국동부지역이 인접해있어 판로확보면에서도 유리하다.

반면 "노동조합은 멕시코동북부지역이 서북부지역보다 강성인 편이다"
(현대정공 송인청멕시코생산법인부장).

멕시코산원료를 이용하거나 중남미국가로의 수출을 추진하는 업체들은
멕시코중.남부지방에많다.

신발 의류 봉제 플라스틱등의 업종이 대표적이다.

"석유화학관련제품과 신발 의류 직물등 멕시코에서 원료가 생산되는
분야에서는 멕시코중부와 남부지역이 경쟁력이 있다"(대한무역진흥공사
최영범멕시코무역관장).

국영석유공사(PEMEX)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제품과 가죽 면화등 풍부한
원료를 가공해 수직계열화할수 있는 분야가 투자유망업종으로 꼽힌다.

봉제업체인 텍스타일바하(풍국산업)플라스틱가공업체인 시아사일라미
(영창정밀)와 천막제조업체인 코라르멕스(정신)콘돔제조업체인 프로필라텍스
(신행통상)등이 멕시코 중부와 남부지역에 자리잡고있다.

멕시코상공부의 호세 지멘스 티후아나시 투자담당관은 "멕시코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지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9배에 달하는 멕시코에서 공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판매시장 노동시장 원료확보선 물류비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입지선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 현승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