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티마우스".

지난해 내수시장 매출 4위를 기록한 일본 자동차업체 스즈키에 붙여진
별명이다.

엔고와 미국의 무역제재,내수시장 둔화등으로 일본 자동차업계가 최악의
고비를 맞고 있지만 스즈키의 영업전선은 연일 "쾌청"하다.

소형차를 무기로 한 아시아시장 장악과 낮은 대미의존도, 2.9%에 이르는
높은 마진등으로 엔고와 미국의 대일무역제재라는 파고를 매끄럽게 넘고
있다.

스즈키의 경영전략 1호는 대기업이 신경을 쓰지 않는 "틈새시장"공략.

도요타나 닛산등 덩치 큰 업체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660cc 이하의
소형차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수출에서도 이같은 전략은 주효했다.

대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중국 인도 헝가리등 신흥시장에 일찌감치
진출, 단단히 터를 닦아 놓았다.

한 예로 지난 82년 일본 자동차업계가 인도시장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을때 스즈키는 이 시장 선점에 나섰다.

"투자할 돈은 없지만 원하는 기술은 모두 이전해 줄 수 있다"는 조건으로
인도 자동차 합작공장설립을 성사시켰다.

"일본에서는 결코 1등을 할수 없을지 몰라도 해외에서는 자신있다"고
스즈키사장은 호언장담한다.

실제로 아시아지역에서 스즈키자동차는 내구성 있고 유지비가 적게 드는
실용적인 제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스즈키는 현재 총 생산시설중 절반을 해외에 두고 있으며 그중 73%가
노동력이 싼 아시아 지역에 위치해 있다.

스즈키의 경영전략 2호는 "원가절감".

스즈키의 평균 월급은 3,535달러로 도요타보다 20%나 낮은 수준이다.

간부들의 근검절약도 원가절감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스즈키의 간부들은 신칸센(신간선)의 1등석에 타지
않는다.

공장에서는 에어컨도 최소한으로 가동한다.

사소한 것까지 신경쓰는 이같은 세심한 노력으로 스즈키는 히트상품인
"왜건R"를 불과 3,500만달러에 개발할 수 있었다.

이는 일본자동차 업계의 평균모델교체비용에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스즈키는 올해도 최소한 8,100만달러의 원가절감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자동차 업계의 최대 현안인 생산능력 과잉 문제에 관해서도 스즈키는
자신만만하다.

다른 기업들이 증산을 위해 생산시설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을때 스즈키는
"효율성제고"를 통해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가동률이 평균 65%인데 반해 스즈키는 95%의 가동률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스즈키에도 난관이 다가오고 있다.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엔고에 따라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즈키가 독주하던 일본의 소형차시장에 라이벌기업들이 참여
하기 시작했다.

미쓰비시자동차와 도요타는 최근 스즈키의 경쟁제품인 "파제로미니"와
"RAV4"를 각각 내놓았다.

한국 자동차업체들도 스즈키의 아성이었던 신흥공업국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의 지적처럼 "모두가 스즈키의 밥그릇을 빼앗으려고 달려
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다른 일본 자동차업체와 마찬가지로 스즈키도 올 수익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근의 일본자동차 업계의 위기가 스즈키에는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마이티마우스"가 위기를 넘기면서 다른 덩치 큰 자동차업체들을 멀찌
감치 따돌리고 "초슈퍼"기업으로 재탄생하리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