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이봉구특파원]미국이 일본산 고급승용차에 대해 1백%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의 자동차 5사가 고급
승용차 대미수출을 중단하거나 감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닛산자동차는 22일 제재대상으로 꼽힌 3개 차종의 고급승용차 대미수출을
중단하는 한편 6월부터 이 차종들의 생산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와 관련,일본 자동차업체가 감산을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
이다.

닛산이 수출을 중단키로 한 차종은 "인피니티Q45", "인피니티J30
(레퍼드J페리)", "인피니티J30(세피로)" 등이다.

닛산의 쓰지 요시부미사장은 지난 17일 "제재가 발동되기 이전에 미리
수출을 중단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22일 임원회의에서 수출중단 및 감산 결정이 내려졌다.

5월분은 이미 출항했거나 출항 대기중이어서 수출을 계속하되 6월부터는
수출을 중단하고 생산량도 줄이기로 한 것이다.

닛산은 감산방식과 감산물량은 부품업체들과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혼다와 마쓰다는 지난 20일 고급승용차 대미수출을 중단키로
결정했으며 도요타 닛산 등은 서둘러 통관절차를 마쳤다.

마쓰다는 최근 미국에 수출할 예정이던 "밀레니아" 9백29대 선적을 연기
했다.

이 회사 대변인은 "승용차에 보복관세가 부과될 경우 3월20일로 소급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서둘러 수출을 중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혼다는 22일 미국 수입상들이 요청할 경우 "레전드" 선적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선적이 완료된 고급승용차는 수입상들에게 넘기지 않고 보복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자회사에 쌓아두기로 했다.

도요타와 닛산은 지난주 미국 북동부로 향하던 고급승용차 수백여대씩을
도중에 플로리다에 내려 서둘러 통관절차를 마쳤으며 미쓰비시자동차는
미국 본토로 향하던 "디아만티"를 하와이에서 내려 통관절차를 밟았다.

미국은 6월중순 선진7개국(G7) 정상회담때까지 일본이 자동차및 자동차
부품 시장개방에 관한 미국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6월말께 보복
관세 부과에 관한 최종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고급승용차 수출중단 및 감산 움직임은 미일자동차분쟁 추이에 따라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쓰비시는 미국내의 유통재고를 살피면서 대책을 모색키로 했으며 혼다는
"수출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6월중순이후 "레전드" 생산대수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일제재 대상으로 꼽힌 고급승용차 차종은 도요타가 5개로 가장
많고 닛산이 3개, 혼다와 마쓰다가 각각 2개, 미쓰비시가 1개이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고급승용차 수출중단 및 감산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저의는 크게 두가지로 꼽힌다.

첫째는 미국내에 2개월이상 판매할 수 있는 재고를 안고 있어 보복관세가
부과될 경우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둘째는 미국이 일본 자동차업체들에게 제재를 가할 경우 결국에는 미국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이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은 23일 미국의 보복관세 부과방침이
마침내 일본 산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