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협상문제를 둘러싼 미.일 양국간 마찰이 점차 무역전쟁의
양상을 띄어가고 있다.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USTR)대표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의
불공정 무역규정등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한편 수일내에 일본
자동차및 부품에 대한 보복관세리스트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대상품목은 주로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고급승용차등으로 규모가 40~5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수일후 발표될 대상품목은 국민들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그
규모가 10억달러선으로 줄어들겠지만 이것이 일본에 미치는 영항은
대단할수 밖에 없다.

이에대해 일본 역시 미국이 보복관세리스트를 발표하는 즉시 이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등 맞대응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대일 강공책을 들고
나선것은 결국 "힘으로 의사를 관철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것이다.

그런만큼 이번에 미국의 "일본 두둘기"작전은 그동안 매우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진행된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본의 WTO제소카드에 거꾸로 선제소카드로 맞대응,WTO카드를
무력화 시킨점이다.

지금까지 이 문제가 WTO로 갈경우 일본이 유리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으나 실제효과는 다르다는게 미국측의 분석이다.

즉 올해 막 출범한 WTO가 세계의 슈퍼파워인 미국과 일본의 싸움에
실질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다수의 분위기를 대변,일본에게 손을 들어줄 경우 그렇지 않아도
WTO가 미국국익에 반하는 결정을 3회이상 할경우 탈퇴를 하겠다고
선언한 미의회를 자극할 것이 틀림없다.

미국이 빠진 세계무역기구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미국의 편을 들경우 그야말로 출범초기부터 대다수 참가국들의
강력한 불신에 직면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국민들의 대일감정을 부추기기위해 지난9일 상원으로하여금
대일무역보복지지안을 통과시킨것도 전략의 하나다.

만일 구체적인 보복행위가 시작될 경우,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놓은
셈이다.

게다가 WTO제소과정은 결론이 날때까지 적어도 1년이상 걸리는데
그동안 일본산제품에대해 막심한 피해를 입힐수 있다는 계산도 감안했다.

특히 일본산 고급승용차의 경우 대부분 부품을 일본에서 직수입해오기
때문에 미국내 판매가격이 배이상 올라갈수 밖에 없다.

그럴경우 미국내 시장점유율이 형편없이 떨어지는것을 일본자동차회사들이
감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일본배싱"을 할 수는 없다.

일본의 응수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져 있다.

20개월동안 미국과 협상을 해오면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는게
그 반증이다.

또한 미국은 WTO선제소로 일본카드를 무력화 시킬수 있다고 하지만
과연 미국의 힘에 의한 무역조치가 설득력이 있는지 그리고 실제
일본이 약자편인 여론을 등에 없고 강수로 나올 경우 버틸 명분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캔터대표는 "보복 리스트가 며칠 후 발표될 것"이며 "보복에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그가 가급적 무역전쟁의 가능성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라고 풀이된다.

따라서 양국의 통상전문가들은 미.일 양국이 실제로 무역전쟁에
돌입하는 우를 범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제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미국과 중국의 경우도 그랬고 미.일간의 무역분쟁 역시 외견상
미국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선에서 끝났던 예를 상기시킨다.

이들전문가는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선진7개공업국정상회담인 G7회의가
양국이 타협을 이뤄내는 분수령이 될것으로 점치고 있다.

< 김영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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