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기업과 첨단 기법을 도입해 비용
절감을 이룬 기업중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미 양대 체인유통업체의 "유통전쟁"으로 보면 일단 후자쪽의 승리로
귀결되는 듯하다.

미월마트는 지난 87년 점포수 1,198개와 매출액 160억달러로 2,223개의
점포에 256억달러 매출을 기록한 K마트에 비해 매출과 순익면에서 한참
뒤지는 회사였다.

그로부터 7년후인 지난해 월마트는 약 800억달러의 매출과 25억달러의
순익을 기록, K마트와는 비교도 안되는 성과를 거뒀다.

87년 20.1%였던 월마트의 할인유통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1.6%로 오른 반면
K마트의 시장점유율은 34.5%에서 22.7%로 추락했다.

이에 K마트는 지난 21일 조셉 안토니니회장을 사퇴시키기에 이르렀다.

87년 당시 월마트는 선두주자 K마트를 맹추격하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K마트에 비해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심 한복판의 값비싼 지역에 점포를 갖고 여타 대형 디스카운트 스토어와
경쟁해온 K마트에 비해 대다수 월마트 점포는 소도시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촌뜨기"가
아니었다.

월마트는 도심 외곽지역에서 엄청난 속도로 신규점포를 만들어 나가 K마트
와의 전면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월마트의 도전에 K마트는 마케팅과 상품개발이라는 고전적인 방법
으로 대응했다.

K마트의 로고인 빨간 "K"자가 미 TV브라운관을 가득 채웠다.

월마트는 "전면전"보다는 "우회전술"을 택했다.

월마트는 광고를 통한 홍보보다는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용이한 재고파악을 위해 매장의 현금등록기로부터 임원들이 사용하는 PC에
이르는 전사적인 컴퓨터망을 건설하는데 수천만달러를 투자했다.

트럭과 배송센터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려 물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월마트의 전략은 모험이었지만 선견지명있는 것이었다.

K마트의 광고전략은 단지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을 뿐이지만 월마트의
전략은 곧 시작된 "가격파괴 전쟁"을 수행하는 첨단무기였던 것이다.

월마트는 첨단 시스템을 바탕으로 캘리포니아지방의 프라이스 클럽을
모델로 한 회원제 할인매장인 "샘스클럽"을 만들었다.

또 지나치게 큰 매장으로 인해 상품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진열상태가
나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던 "하이퍼마트"를 개조, 할인매장과
하이퍼마트를 결합한 "슈퍼센터"를 만들어 성공을 거뒀다.

월마트는 도심지역 공략에도 나서 K마트보다 넓고 깨끗한 매장을 장점으로
소비자들을 대거 확보해 나갔다.

반면 K마트는 비용절감을 통한 가격할인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유통체인을
설립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곧 이 업체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됐다.

90년부터 월마트는 매출과 순익 양면에서 K마트를 앞질러 나가기 시작했다.

90년 월마트의 매출은 326억달러였는데 비해 K마트는 297억달러 매출에
그쳤다.

K마트는 반격을 공언했으나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급기야 지난 93년에는
적자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 염정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