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낙이라면 고단한 업무를 마치고 선술집에 들러 소주한잔
기울이는 것일 것이다.

흥이 2차로 이어지면서 마이크잡고 노래라도 한곡 부른다면 더이상 즐거운
일은 없다.

한국인들도 그렇지만 일본인들 역시 노래라면 사족을 못쓰는 국민들이다.

사장에서부터 여직원에 마이크잡고 목청을 높이기는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아예 노래방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일본은 이런 아마추어 가요팬들에게 더없이 즐거운 세상이 돼가고 있다.

통신노래방(가라오케)이라는 편리한 시스템이 열도전체를 삽시간에 덮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노래방이란 호스트컴퓨터를 보유한 전문회사가 회선을 통해 일반
노래방에 노래를 공급해 주는 시스템이다.

부르고 싶은 노래의 번호만 누르면 가사가 단말기에 곧바로 나타난다.

반주와 코러스가 연주됨은 물론이다.

통신노래방은 부르고 싶은 노래는 거의 틀림없이 제공된다는게 최대의
장점이다.

원하는 노래가 없어 기분을 상하는 일은 없다.

단말기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레이저디스크나 콤팩트디스크를 이용한
노래방에 비해 차지하는 공간도 훨씬 작다.

이같은 장점때문에 통신노래방의 성장속도는 가히 놀랄만하다.

처음 선보인 것이 지난 92년9월로 불과 2년반전 이지만 가입단말기수는
이미 10만대를 훨씬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전국의 노래방이 13만개소정도(일반술집제외)임을 감안하면 그 성장세
를 짐작할수 있다.

전문회사들의 등장도 줄을 잇고 있다.

이시장을 처음 개척한 타이트사에 이어 92년10월에는 엑싱사, 93년9월에는
기가네트워크사, 94년4월에는 제일흥상, 94년12월에는 게임기 메이커의
거두세가 엔터프라이즈가 각각 참여했다.

또 올2월에는 레이저노래방시스템의 맹주 파이오니어사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일본 빅터사역시 참여를 서두르고 있어 통신노래방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들중 현재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조이사운드"란 시스템을
운영하는 엑싱사.

지난 1월말 현재 3만2천대의 단말기를 판매했으며 올해말까지 5만대는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X2000"이란 시스템을 보유한 개척자 타이트사는 1월 말까지 2만3천5백대를
판매했다.

이 회사는 최근 음질과 화상을 보다 개선한 "X2000프로"란 시스템을 새로
개발, 보급에 나서고 있는데 이달중 총판매대수 3만대를 넘긴다는 계획이다.

제일흥상(시스템명: 댐)은 1월까지 9개월동안에 2만1천대를 팔았고
기가네트워크사(시스템명: 마이스테이지)도 1만대를 넘겼다.

세가사(시스템명: 프롤로그21)의 경우는 지난달말까지 2개월동안 3천대를
보급하는데 그치고 있지만 음이 다양하고 영상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돼
기존업체들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들 시스템이 저장하고 있는 노래는 현재 1만곡안팎씩.

신곡이 나오기 무섭게 입력돼 매월 50~1백곡씩이 추가되고 있다.

웬만한 노래는 음반판매가 시작되는날 노래방에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일선업소들의 경우도 통신노래방에 가입지 않고는 손님을 끌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도쿄시내 유흥업소들 앞에는 "X2000프로""조이사운드"
"마이스테이지"등에 가입했다는 안내표시가 즐비하게 나붙어 있다.

통신노래방업체들간의 최대승부처는 영상부분.

저장한 노래가 워낙 많아 가사내용에 맞춘 화면을 공급키 어렵기 때문이다.

영상보완을 위한 업체간의 치열한 경쟁을 지켜보는 가요팬들은 아마도
"남의 집 불구경"하듯 신나는 심정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