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김영규특파원] 지난주초 유럽연합(EU)집행위에서 열린 한국산
소형 컬러TV에 대한 반덤핑재심 청문회는 EU측이 "어거지성"주장으로
일관,아무런 합의점을 찾지못한채 끝나고 말았다.

LG전자(금성사)및 삼성전자 대표들은 한국산 소형컬러TV의 유럽내
시장점유율이 1%미만인 점을 지적,덤핑재심을 결정한 집행위측의
부당성을 강조했으나 집행위측은 "덤핑규제를 해제할 경우 또다시
수입이 급증할것"이라는 엉뚱한 이유를 제시,이를 반박했다.

수입규제란 명분앞에 적법한 여부는 문제될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측대표들은 이에 "현재 한국내 소형TV 생산물량이 적어 수입급증은
재연되지 않을것"이라고 설득하자 집행위측은 "그렇다면 덤핑규제를
해도 피해는 없지않느냐"고 반문했다.

새해 양측간의 첫대면이란 점에서 모은 청문회는 결국 한국기업에
EU의 높은 보호장벽만 절감케했을 뿐이었다.

EU측은 새해들어 한국산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의지를 이같이 표명하는데
주저하지 않고있다.

보호무역 색채를 띄기 시작한 지난해보다 오히려 규제강도를 더해가는
분위기다.

오는 20일 EU반덤핑자문위원회가 한국산 굴삭기에 대한 덤핑수출
여부를 심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EU측의 수입규제 판정을 기다리는
한국 공산품이 줄을 잇는 실정이다.

비디오카세트테이프에 대한 한국 현지실사는 오는 2월초로 예정돼있다.
VTR는 완제품은 물론 부품에 까지 덤핑재심을 확대,빠르면 2월초부터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열린 VTR 반덤핑자문위원회에서 12개회원국간 덤핑재심
연장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였으나 5년 연장을 주장하는 "강경론"이 우세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반덤핑 예비판정을 받은 증대형 컬러TV도 오는 3월말에
있은 확정판결을 기다리나 EU집행위측이 가격심사제로 대체하자는
우리측 제안을 거부한 사실을 감안할때 그 결과는 비관적이다.

소형TV에 대한 반덤핑 재심도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전자레인지도
상반기중 반덤핑 예비판정을 받게될 가능성이 높다.

글루비타민산과 폴리에틸렌필림등도 EU집행위의 눈치를 보는 처지며
승용차도 유럽업계의 수입규제 요청아 날로 강해지고있어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U측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같은 무역규제는 "역내산업"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생각하고있다.

오히려 한국등 개도국들이 시장개방에 소극적이란 불만을 표시한다.

지난해 11월 리언 브리론 EU통상담당 집행위원이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표현까지 동원,시장개방을 않는 영외국에 대해 공격적인
통상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다.

EU측은 이에대응 새해부터 통상규제를 효율적으로 강화할 수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치밀성도 보이고 있다.

지난해말 이사회를 통과한 우루과이라은드(UR)이행법안은 반덤핑
조사기간을 현행 18개월에서 15개월로 단축,보다 신속한 수입규제조치를
취할수있게 했으며 UR규정에도 없는 우회덤핑 금지조항을 삽입,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물론 EU역외에서 생산되는 모든 공산품을 규제대상으로
묶어놨다.

유럽판 통상법 301조를 만든다는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신통상보호조치를
신설,기업들의 덤핑제소 범위를 확대했다.

반덤핑 조사담당관을 현행 80명정도 수준에서 2백명이상으로 확대하는
작업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자유무역을 주창해온 유럽대륙은 이제 수입규제의 온상으로 변해가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물론 EU측의 보호무역 움직임은 한국산 제품만을 겨낭한 것은 아니다.

유럽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모든 국가들의 제품에 대해 그규제를
강화하고있다.

그러나 EU측이 중국에 경영대학원을 세워주는등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는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규제와 개방
압력등 채찍만 동원하는 차이접을 보이고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EU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보다
적극적인 통상전략을 마련해야 할때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