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마일에 이르는 미국과 멕시코접경지대중에서 티후아나처럼 미국의
적대적 감정이 노골적으로 표출되는 지역도 없다.

별다른 효과도 없는데 북으로 향하는 미국행이민을 차단하기 위해 철판막을
해놓은 곳.

녹슨 철판막에는 "새로운 베를린장벽에의 초대"라는 낙서가 겁주듯 써져
있는 곳이다.

그러나 멕시코 페소화의 급락은 캘리포니아주의 불법이민금지법도 아랑곳
않는 새로운 불법이민자들에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많은 멕시코인들에게 "엘 노르데"(북을 향하여)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은신처일수 밖에 없어서이다.

멕시코시티에 사는 올해 32세인 헤르난데스씨는 미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북쪽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금의 최소임금으로는 더 이상 살 물건이 없다"고 푸념을 한다.

헤르난데스씨는 페소화의 평가절하로 인해 미국으로 영구이주를 결정한
사람이다.

하지만 페소화의 절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미국행을 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민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분명히 미국행 흐름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국행증가율이 25%정도에 달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들 전문가의 과거경험에 비추어보면 페소화의 가치하락은 분명히 이민
증가를 불러왔다.

"일단 한 마을이 이민갈 것을 결정하면 그들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유대감
을 조성하면서 가족과 이웃을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캘리포니아대학의
에드워드 테일러교수는 분석한다.

그가 제시한 모델에 의하면 10% 페소화하락은 17% 이민증가로 나타났다.

지금과 같은 35% 하락은 25% 증가로 연결될 것으로 그는 내다본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도널드 매시교수는 미국으로 이민갔던 멕시코사람들이
반드시 미국에 눌러앉아 있는것이 아니라 그 수의 절반이상은 얼마후 다시
멕시코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많은 멕시코인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멕시코주재 미국대사관앞에서
올해 43세인 다마시오 알바레즈씨는 그의 가족들과 함께 어제부터 미국행
비자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미 지난 20년동안 미국직장에서 근무해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두달안에 미국 시민권을 얻을수 있을 것으로 알고 있으며 곧 내가족
을 미국으로 데려가겠다"고 말한다.

그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평가절하되는 일은 없겠죠"라고 덧붙였다.

< 김영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