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미제품중 유럽에서 인기가 없는 것중 하나가 맥주이다.

미국의 코카콜라, 맥도널드 햄버거 등이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반해 미국의 맥주만은 유럽에서 맥을 못춰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맥주업체들이 유럽시장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전문기관 닐센에 따르면 미안호이저부시사의 버드와이저
맥주가 올해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톱10 맥주''중 하나가 됐다.

영국시장에 진출한지 10년만에 처음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약진이 더욱 뚜렷, 두번째로 인기있는 맥주로 선정됐다.

이보다는 못하지만 남부유럽에서도 버드와이저를 비롯한 밀러 쿠어스 등
미국맥주들이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맥을 못추던 미국맥주가 유럽에서 기반을 세우게 된데는
안호이저부시의 공이 크다.

이 회사는 올들어 영국에서의 광고전략을 바꾸었다.

작년까지는 미국맥주를 유럽맥주와 차별화시킨다는 전략하에 ''미국제품''임
을 강조하는 광고에 치중했다.

미국병사들이 영국의 한 선술집에서 버드와이저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TV광고로 내보냈었다.

안호이저부시는 이 광고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올해부터는
영국음주문화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광고를 바꾸었다.

이후 영국내 버드와이저판매량이 늘기 시작, 올들어 지금까지 버드와이저
의 영국수출량은 3백90만갤런에 달했다.

지난 1년간 영국의 맥주판매량이 20억갤런임을 감안하면 이 수출량은 매우
적은 양이다.

그러나 영국진출 초창기였던 지난85년 한햇동안의 수출 30만갤런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유럽시장진출의 후발주자인 아돌프쿠어스사는 최근 스페인의 한 맥주회사
를 2천만달러에 인수, 남부유럽맥주시장에 대한 공략에 나섰다.

이밖에 밀러양조회사도 맛이 순하면서 칼로리가 적은 밀러라이트맥주를
유럽인들에게 집중 홍보, 소비자인지도를 꽤 많이 높였다.

이같은 노력덕분에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유럽맥주시장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미맥주업계는 즐거워한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