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도 실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그래서 "취업을 기다린다"는 뜻의 대업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실업자및 잠재실업인구는 현재 2천만~2천5백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인구의 절반가량이 하루종일 할일없이 놀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중국은 실업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기업의 구조개편작업이 활발해지는 것도 그중 하나다.

중국기업의 우화작업은 가열되고 있다.

우화란 우수한 인재외에는 모두 솎아내는 작업을 말한다.

상해석유화공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정도로 중국내의 대형 국영
기업.본업인 석유사업외의 사업을 자회사에 분산함과 동시에 배치 전환을
추진, 6만명인 종업원수를 오는 96년말까지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상해석유화공은 세전이익이 10억원(인민폐)이나 되는 흑자기업으로 종신
고용제 성격을 유지하면서 신규고용도 계속 늘려왔다.

그러나 이 회사도 이제는 상장 기준을 지도한 미회계사무소 KPMG로부터
안정된 배당을 주주에게 보증하는 것이 상장기업의 책임이라는 기업합리화에
대한 건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사와 합작한 중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1차집단공사
(길림성 장춘시소재)는 최근 능력급제도를 도입했다.

입사연도에 따른 연공서열형 임금체제를 기반으로 하돼 노동자 한사람
한사람의 근무내용을 부서장이 채점, 그결과를 능력급으로 환산하는 방식
이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북경시 국영기업의 70%가 이미 능력급을 도입하고
있다.

결국 능력없는 사람은 저임금을 참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연중형기기창의 경우 지난 5월부터 대중배경쟁이라는 QC(품질관리)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매월 품질 환경 생산효율등 8개 항목을 심사해 그결과에 따라 적(합격),
황(양호), 흑(불합격)식의 간판이 걸린다.

붉은 간판이 많은 생산라인은 연말에 1백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중국기업간에도 이른바 "매수합병"(M&A)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한햇동안만해도 2천9백여개사의 국영기업이 다른 중국기업에 흡수
합병됐고 40만명이상의 노동자가 전직했다.

지난 상반기중 공업총생산액에서 차지하는 국유기업비율은 52%.

그러나 그중 46%의 기업이 적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기업간 매수와 합병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업이 만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분야별 개혁이 가져다준 파생의
결과다.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에서 이같은 실업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은 실업보험등 사회 보장을 철저히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보장체계는 그 시행에 있어 대우의 불평등 수혜자의 의식,
관리상의 어려움이라는 문제가 항상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 실업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은 실업을 인정하지 않았던
개방 개혁의 전사회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준비가 소홀했던 탓으로 평가
되고 있다.

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파급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국영기업을 그만두고 외국계기업으로 가는 이른바 하해현상, 지위는 가지고
있으나 실제실업자와 마찬가지인 은폐성실업, 도시 실업자군, 농촌 잉여
실업인구등 다양한 형태의 실업이 중국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북경=최필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