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아시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U집행부격인 유럽위원회가 중심이 돼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한 정책
보고서를 작성하는 한편 유럽기업들에 대해 아시아국가들에 대한 통상및
투자확대를 촉구하는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시장개방확대와 관련,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EU는 그러나 아시아 시장 공략과 관련,미국식의 강경책보다는 인내를
요하는 신중한 협상방식을 동원,실리를 추구하는 조심성을 보이고 있다.

EU의 이같은 아시아시장접정책은 최근 열린 한 정책포럼에 참가한
유럽위원회 고위급인사들의 발언에서 뚜렷이 들어나고있다.

6일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경제협력포럼 에서 마뉘엘 마렝
유럽위원회 부위원장은 "급성장하는 아시아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아시아국가들과 쌍무관계를 강화,시장개방폭을 확대하는한편 다른 국가
들에 비해 차별받지 않는 통상및 투자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등 아시아국가및 유럽 기업인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유럽위원회
설립이후 처음 열린 아시아관련 대규모 정책포럼에서 리언 브리턴
유럽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도 "유럽은 연구개발,에너지및 환경등
모든 정책분야에서 아시아국가들과 협력,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브리턴집행위원은 "이를 위해 아시아지역에 대한 정보 또는 무역진흥센터
의 설립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럽 기업인들은 아시아에 대한 자신들의 잘못된 선입관을
시정해야 할뿐만 아니라 아시아 기업인들에 대해서도 기존의 대유럽
사고방식을 고쳐 나가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의 이같은 대아시아 시장 이미지 개선 노력은 세계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극동및 동남 아시아등지에서 경쟁국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조바심에서 비롯되고 있다.

실례로 브리턴 위원은 지난주 미일포괄경제협상에서 일본측이 정부조달
시장과 보험, 판유리등의 분야에서 대외시장 개방에 합의하자 이번
협상결과가 미수출업자들에게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면 이를
수용할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피력했다.

EU는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도 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전략 이라는
정책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아시아시장 선점을 놓고 미국등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기위해 대아시아 시장 정책 강화를 위한 부산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와 관련,유럽연합(EU)은 한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체결을 검토하는 등 한국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럽위원회의 시몬 누탈 극동담당국장은 이날 포럼에서 한국이 국내시장
개방에 협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EU간 새로운 무역협정체결을 제의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협정은 EU와 한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상호 협력 증진의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라고 누탈 국장은 강조했다.

누탈 국장은 주류와 승용차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무역장벽을 제거하려는
EU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면서 한국이 경제발전 과정에서 시장
개방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에 EU와 한국은 보다 제도화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U는 그러나 대아시아 시장 통상확대와 관련,시장개방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실제적 접근에 있어서는
미국과는 달리 조심스러우면서도 신중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제교역협상은 더이상 협박과 최후통첩이라는 현대판 전함외교를
통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EU측 입장이다.

EU는 따라서 시장개방및 통상확대라는 원칙에서는 미국과 일치하지만
방법상에 있어서는 미국이 취하고 있는 압력 위주의 강경책 보다는
인내를 요하는 신중한 협상자세를 보이면서 대아시아 시장 진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브뤼셀=김영규 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