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내에서 또다시 권력이동이 이뤄지고 이과정에서 알력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나타나는 양상은 종전과는 반대로 각국 지부에 주어졌던 전결권이
축소되고 중앙 본사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권력의 중앙집중화"와 이에
반발하는 지부와 중앙간의 갈등이 특징.

대표적인 사례는 IBM.

지난주 본사에 의해 사직사실이 발표된 한스올라프 헨켈 IBM유럽회장은
쫓겨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으나 주위에서는 사직이유를 루이스
거스너 IBM회장과의 불화때문인 것으로 분석.

거스너회장은 지난 5월 전세계 사업부문을 14개로 재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정비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럽지역의 지부권한을 축소시키는 조치를
취했으며 이때문에 헨켈회장이 거스너회장과 첨예하게 대립했다는 것.

또다른 예는 스위스 금융그룹인 CS홀딩이 계열투자은행인 CS퍼스트 보스톤
의 지부정비에서 찾아볼수 있다.

CS퍼스트 보스톤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온 런던과 도쿄의 지부를
뉴욕지부 소속으로 "강등", 편입시켰다.

이과정에서 런던 지부장의 경우, 공로가 인정돼 취리히 본사로 발령을
받기는 했으나 환경변화에 적응치 못하고 올초 퇴사했다.

각국 지부에 거의 전권이 주어지는 유럽식에서 출발한 다국적 기업의
운영방식이 마케팅등에 관한 권한일부를 이양받아 행사하는 미국식을 거쳐
전적으로 본사의 지시를 따르는 일본식으로 이행되는 듯한 모습이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