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열린 94년도 겨울용선물용품 전시판매회는 횟수로 따지면
자그만치 1백27회째이고 햇수로 따지면 83년이다.

국가관을 차리고 들어온 나라들이 12개이고 나머지 나라들은 여기저기
자리잡고있는데 6대주 구석구석에서 모두 나왔다고 생각해도 된다.

8월14일부터 닷새동안 열린 이번 상품쇼 참가업체수는 약2천5백개,
바이어가 약5만명인 매머드 규모인데 맨하탄 시내 이곳 저곳의 보조
전시장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전시판매회가 열리고 있어 온 뉴욕시가
장사판을 벌이는 셈이다.

하도 넓고 하도 많은 종류의 상품전시회라 며칠씩 구경하며 흥정하고
주문하는게 당연한데 대강 이런 대분류 상품들이 나왔다.

1)일반 선물용품 2)실내 장식용품과 식탁용품 3)남녀 신변 장신구 및
소용품 4)일상 장식용품 5)세계 각국 수공예품 6)첨단 디자인용품
여기에 참가한 한국의 업체는 8개.

서울 서초구 나라교역의 남국현사장은 손으로 그림을 그려넣은 실크
넥타이에 대해 대단한 자신과 자부를 갖고 있었다. 세계유일이라는
주장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생생한 그림효과가 뛰어난 상품이다.

서울 청담동 우남무역의 이승우사장도 실크넥타이와 스카프를 내놓고
있었는데 대소 바이어를 가리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응대가 돋보였다.

서울 필동 벨금속의 방승범과장은 매니큐어 세트, 손톱깍이, 병따개 등
낯익은 상품을 갖고왔는데 포장등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느낄수 있었으나
흐릿한 색깔의 어떤 상자는 최소한 5년이상을 본 것이어서 거슬렸다.

KOTRA주관의 해외상품전시회 참가업체중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힐 서울
길동 오로라무역의 홍기선 미주지사장은 예쁜 동물인형들에 둘러싸여
주문받기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젠 할만하다"는게 그의 술회.

서울 영등포구 신진산업의 박갑식사장도 해외상품전시회라면 두팔걷고
덤벼드는 경영자다.

갖가지 곱다란 용기에다 향수를 넣어 파는것인데 내수장사보다는 수출이
훨씬 낳다는 주장. 외상,연불이 없어 좋고 수금원과 조직절약으로 인한
경비절감이 만만찮다는 경험을 들려준다. 그래서 비행기 값을 손해
보더라도 쫓아다닌다.

역시 청담동 승원무역의 곽우용사장은 양말과 장갑을 출품했는데 중국과
필리핀의 싼값을 떨쳐버리고 선진상품화에 골몰하고 있었다.

춘곡무역 양재길사장의 뱃지, 메달, 핀, 열쇠고리등 선물용품이 상투적
출품이라면 겔로이 산업의 탁재화,송정원,유근선 제씨의 상품은 아주
이채로웠다.

지점토와 특수공예자재로 소비자의 취향과 뜻대로 장식품을 만드는 것인데
전시장에서 직접 만들고 채색하는등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단한 인기.
흠이라면 전기장치준비가 소홀해서 멈칫거림이 있는 것이었다.

대체로 알뜰한 업체와 품목선정에다 뉴욕무역관 직원들의 헌신적 준비를
느낄수 있었지만 몇가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상품이 제각각 만든이의 품성을 간직하듯 세계여러나라의 상품은 각각
그나라의 특색과 체취를 지닌다. 미국제, 독일제, 중국제, 일본제가
완연하게 다른 것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누구나 구별한다. 다른
맛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상품만이 특성이 없다. 그것은 일개 회사. 한 기관이
할수 있는 일은 아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품의 국가적 이미지 메이킹에 나서야 할 때다.

KOTRA는 이제 10년이 넘는 해외상품전시회 참가경험을 쌓았으니까 참가
만에 의의를 갖는 참가는 재검토해 보아야 할때다.

상품전시회별로 특성을 따져서 적정한 업체를 참가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할때다.

바로 옆에 있는 첨단 디자인관,박물관등에의 견학기회마련은 참가업체
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수 있고 타국제품 또는 관련업계제품의 견학과
의견교환 기회마련은 장기적 안목으로 손쉽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나라 관계자들보다 한국무역관 직원들은
제일 열심이었으며 그래서 조바심없는 희망을 갖고 기다릴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