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원이 금융서비스공정무역법안을 사실상 폐기함으로써 클린턴행정부는
대외통상정책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해외금융시장을 강제로 개방시킬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사라진 것이다.

반면에 금융시장의 강제개방위기에 놓였던 아시아및 중남미국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수 있게 됐다.

클린턴정부는 지난해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국제금융시장개방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불만속에서 이 법안을 연초에 내놓았다.

국제금융서비스시장을 미국손아귀에 넣으려는 속셈에서였다.

행정부는 미금융기관들이 강한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해외금융시장을
효과적으로 개방시킬수 있는 수단이 없어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일반상품무역의 슈퍼301조와 같은 강력한 법이 금융서비스분야에도
마련돼야만 외국금융시장문을 열수 있다는 것이 행정부의 논리였다.

이법안은 강력한 보복조치내용을 담고 있어 "금융서비스분야의 슈퍼301조"
라는 닉네임이 붙었고 상대적으로 금융서비스시장개방이 미흡한 동남아나
중남미개도국들은 입법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의회도 지난 3월 법안이 제출되자 지지를 보냈다.

이 법안이 외국금융기관들의 대미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
하는 의원들도 있었지만 대세는 지지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달들어 본격적인 의회심의가 시작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일부의원들이 이법안에 들어있는 재무부의 통상정책 권한강화조항에 이의를
제기, 찬반논쟁에 불을 당겼고 결국에는 이들 의원들의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법안은 사실상 폐기되기에 이르렀다.

로버트 마쓰이하원무역소위원장과 샘 기본스하원세입위원장등 입김이 센
중진의원들은 이법안이 대외통상정책에서 재무부권한을 무역대표부보다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법안은 금융시장을 폐쇄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재무부가 1차적으로
보복권한을 행사하고 무역대표부는 2차적으로 보복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원의원들은 이날 협상에서 재무부권한을 무역대표부아래에 두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절충안을 마련하는데는 끝내 실패했다.

법안심의절차에 따르면 어떤 법안을 놓고 하원위원회들간에 절충안이나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하면 이법안의 추가논의는 이루어질수 없게 된다.

비록 이법안이 이번에 하원에서 폐기처리되기는 했지만 행정부가 해외금융
시장개방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한국등 개도국들이 아직
마음을 놓을수 없는 형편이다.

미무역대표부는 하원에서 절충안도출이 무산되자 "유감"을 나타내는 성명을
발표하고 외국금융시장개방을 위해 행정부가 취할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행정부가 외국금융시장개방을 위해 어떤 대책을 들고 나올지가 매우
주목된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