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달간의 길고 긴 혈투끝에 뉴욕의 명물 메이시백화점이 마침내 숙명의
앙숙 페더레이티트백화점에 무릎을 꿇고 통합에 동의했다.

전 미국 곳곳에 거미줄 같은 판매망을 가진 세계 최대의 백화점 제국의
등장은 무슨 의미를 갖는가.

한국에서와 같은 백화점외에도 미국에는 특정상품 중심의 전문점(Speci-
alty Store)과 박리다매의 할인점(Discount Store)등 각기 다른 형태의
소매유통연쇄점들이 있다.

전문점들이 대체로 패션에 치중한다면 할인점들은 값이 싼 이점을
내세우는데 이 두 형태의 연쇄점들은 사실상 백화점의 영역을 갉아 먹고
자라나서 어느샌가 대항세력으로 커 버렸다.

수십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한 백화점들이 문을 닫은 바로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전문점 아니면 할인점들이 들어선다.

미국 경제력의 퇴조와 장기간의 불경기를 거치면서 약을대로 약아진 미국
소비자들의 요구, 값싸고 좋은 상품과 훌륭한 서비스의 제공이란 절대명제
를 경쟁자들에 앞서 해결하는 방법을 백화점들은 찾아야했다.

메이시와 페어레이티트는 모두 파산보호의 쓰라린 과거를 지녔고 코앞에
까지 할인점과 전문점이 들어서는 수모를 겪었다.

백화점들의 생존을 위한 유일의 탈출구는 대형화를 통한 경비절감과 좋은
제품의 공급밖에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메이시와 페더레이티트의 통합은 그런 배경아래 태어난 것이다.

연간 매출액 1백40억달러에 이르는 백화점 왕국의 탄생은 전 미국 곳곳에,
나아가서는 세계 여기 저기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두 백화점 산하의 각지역점포간 구획정리가 우선 이뤄질 것이고 매각/통합
에 따른 동업계내 파급영향등 미국의 소매유통업계는 앞으로 1~2년간 이곳
저곳에서 인사파동에 걸친 계속적인 지각변동을 겪을 참이다.

그리고 새로운 제국의 건설에 착수한 새 경영자들은 그들의 막강한 구매력
을 마음껏 휘둘러 납품업자들을 쥐어짜려 할 것이다.

미국의 제조업자들이 앞으로 이들이 흥정 아닌 일방적 요구만을 해올 것을
걱정하듯 극동의 의류회사등 세계 곳곳의 납품업자들도 곧 터프한 구매상
들과 상대해야한다.

페더레이티트의 경영진은 가격뿐 아니라 여러가지 교묘한 수법으로
제조업자들을 다뤄왔다.

예컨대 납품업자가 옷걸이를 준비하도록 하고, 스스로는 진열때의 시간과
경비를 절약하기위해 바코드및 부착전표를 미리 달아 오도록 하며, 납기
단축 납품지의 조정 그리고 제조업자의 제품광고 요구등 사소하지만 큰
돈을 절약하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실밥 한번더, 단추하나 더 달아놓으라는 요구등은 예사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있다.

그리고 시스템화와 온라인화로 경비절약에 이골이 난 그들은 제조업체의
온라인화를 강력히 요구, 자동화의 이점을 추가투자없이 거두려 할 것이다.

통합 백화점측은 대형화로 인한 경비절감으로 소비자 가격의 인하가 가능
하다고 사탕발림이지만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관계당국이 공정거래여부를 따지려하고 있고 경쟁관계인 다수업체가 있을
때인큼 세일이 빈번하지 않을 것은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뉴욕의 소비자들이 몹시 궁금한게 또있다. 메이시는 해마다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와 크리스마스 가장행렬로 온 미국인들을 즐겁게 해왔는데
앞으로는 투가 무슨 이름으로 퍼레이드를 계속할 것이냐는 궁금증에 좀이
쑤신다.

그러나 좀더 심각한 긴장에 휩싸인 곳은 소매유업계를 비롯한 미국의 재계.

단순한 상점과 상인의 차원에서 문화 에이전트적 차원으로 끌어올려 대중의
자기 만족과 자기 표현의 과시수단으로 쓰였던 백화점의 영화를 다시
되살리려는 그들의 최후의 노력이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이 한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